[뉴스핌=김지유 기자]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수직적 지배구조 개편을 뒷받침할 이른바 '중간지주회사법'(일명 김상민법)은 폐기가 유력하다. 법이 폐기될 경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도 낙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중간지주회사법은 발의된지 3년 5개월이 넘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줄곧 파행되고 있다. 게다가 20대 총선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 법안소위가 재개된다고 해도 여야 이견이 큰 중간지주회사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간지주회사법의 정식 명칭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으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2년 대표 발의했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처리돼야 하는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일반 지주회사가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두고, 금융지주회사가 주식보유를 통해 금융회사를 손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이러한 '금산분리'원칙을 완화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는 인정하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출자를 막기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만들고, 그 아래에 다시 삼성증권·삼성화재·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다만 금산분리 원칙이 깨지고, 대기업 총수의 영향력만 키우게 된다며 야당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해왔다.
정무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다른 법안들과 통틀어서 잠깐 언급은 된 적이 있지만,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기 위한 내용 등에 대해서 정식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며 "사실상 19대 국회 내내 논의가 된 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도 "지난해 마지막 정기국회 당시에도 법안이 상정은 됐지만 여야 간사 간 논의하기로 한 법안 목록에 이름이 올라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법안소위원장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 골자의 자본시장법과 서민금융복지법이 없으면 다른 법안들도 처리가 불가능해 정무위 법안소위를 개최할 계획이 없다는)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물 건너가면 삼성금융지주회사는 독립된 금융지주회사로 금융위원회에 인가를 요청해야 한다.
이럴 경우 금산분리원칙에 의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를 정리해야 한다. 이러면 삼성생명의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에 대한 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없어, 지배력이 약화된다. 이러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를 모두 상속받아야 하고, 상속세만 5조원으로 추정돼 큰 부담이 된다.
모 금융사 지배구조 전문가는 "현재 상황만 보면 이건희 회장이 살아있기 때문에 순환고리만 정리하지, 크게 지배구조를 흔들지 않고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