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바닥 탐색…금속, 수급 균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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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지난 1월 글로벌 상품시장은 3개월 연속 하락하며 최악의 장세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비롯한 에너지 거의 전 부문은 최근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커피와 구리·니켈·아연·주석도 연저점을 기록했다.
반면 금은 1월 한 달 동안 5% 넘게 급등하며 안전자산의 위상을 보여줬다.
9개 주요 국제상품 가격을 종합한 CRB지수는 지난 1월 동안 5.3%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4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S&P GSCI지수도 3.5% 떨어졌다. 부문별로는 에너지가 6.7%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농산물 부문과 산업용 금속도 각각 1.0%, 1.5%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13년래 최저 수준이지만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금속은 대부분 품목들의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그치는 데다 올해에는 수급 불균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돼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유가, 바닥 탐색할 듯…"실질유가 바닥" 주장도
국제유가는 2003년 이후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지치지 않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브렌트유·두바이유·휘발유가 전부 지난 1월 중 최근 1년래 최저점을 기록했다.
WTI는 배럴당 33.62달러에 마감하며 월간 기준 9.2%, 최근 3개월간 27.8% 급락했다. 중국발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큰 폭 하락하고 서방의 대이란 제재 해제에 따른 과잉공급 우려로 WTI는 월 중반에 26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저가매수 유입으로 낙폭이 축소되면서 33달러선을 회복했다.
두바이유는 월간 8.2% 하락한 29.5달러, 브렌트유는 6.8% 떨어진 34.74달러에 마감했다.
휘발유 선물가격은 월간 12.9% 떨어진 배럴당 46.33달러에 마감하면서 2009년 초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차익실현이 나타나면서 한 달 만에 하락(-1.7%)했다.
현재의 유가 하락은 단기적으로 수급보다는 금융 요인에 좌우된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유가와 주가는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갖지만, 현재와 같은 하락장에서는 높아진 경기 우려로 유가와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에는 유가 하락이 주가 하락을 촉발하고 이는 다시 유가하락을 초래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유가는 앞으로도 바닥을 찾는 과정이 계속될 전망이다. 유가 급락으로 자금난에 빠진 석유업체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실질유가 등을 감안하면 현 유가가 바닥 수준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WTI 실질유가는 1월 중 평균 13.31달러로, 장기 저유가 시기였던 1990년대 평균(13.34달러)에 근접해 있다는 분석이다. 1월 두바이 실질유가는 11.39달러로 1990년대 평균 11.22달러를 소폭 웃돌았으며, 1월 브렌트유 실질유가 역시 13.00달러로 과거 평균 12.41달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감산 논의를 시작할 경우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유가에 단기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금속, 수급 균형 개선될 듯…중국 경기 '변수'
1월 금속가격은 월 중반 이후 반등했으나 품목별 등락은 상이했다. LME 구리 선물가격은 월 중반에 톤당 4331달러로 2009년 4월 후 최저를 기록했으나, 중반 이후 부터는 중국 수입증가와 숏커버링 등에 힘입어 낙폭을 축소(-3.1%)했다.
알루미늄(0.8%), 아연(0.9%), 니켈(-2.3%), 납(-4.2%), 주석(2.0%) 등도 등락폭은 각자 달랐지만 월 중반부터 반등하는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금 가격은 글로벌 증시불안 및 경기우려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은 월간 기준 5.3% 급등한 온스당 1118.17달러에 마감하며 주요 원자재 중에서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는 금속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품목들의 가격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그치는 데다 올해에는 수급불균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리는 올해 가격 급락, 투자 축소, 업체 감산 등에 힘입어 수급 불균형이 완화될 전망이다. 작년 4분기 중국의 구리 수요도 연간 기준 16% 증가하는 등 큰 폭 증가했다.
알루미늄은 생산 비용 하락으로 감산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올해에도 공급 과잉이 이어지겠지만, 과잉공급 규모는 작년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계 최대 금속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금속 가격이 반등하더라도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원자재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회복도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 곡물, 모멘텀 없어…기술적 등락 예상
지난 1월 주요 곡물가격은 대두와 소맥, 옥수수를 제외하고 대체로 하락했다.
CME 소맥 선물가격은 저가매수와 러시아 수출 제한 가능성 등으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옥수수와 대두도 특별한 이슈가 부재한 가운데 각각 4개월, 7개월 만에 반등했다.
반면 ICE 원당가격은 브라질 공급증가 전망 등으로 5개월 만에 하락(-13.8%)했다. 커피도 작황 호조 등으로 8.2% 급락하며 연중 저점을 기록했고, 면화는 중국 수요부진 우려 등에 3.4% 하락했다.
곡물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로는 곡물별 재고 전망, 러시아 수출제한 가능성, 농업 기상여건 등이 있었다.
미국 농무부는 2015~2016년 세계 소맥재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반면, 옥수수와 대두의 재고 전망은 하향 조정했다.
또 러시아는 루블화 약세로 소맥 등 곡물 수출이 작년 12월 중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러시아 내 공급은 줄고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농무부는 주요 곡물의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시장에서는 러시아의 수출 제한 가능성이 과거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반구 파종 전까지 곡물 시장에 특별한 이슈가 없어 당분간 기술적 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엘니뇨가 완화되는 가운데 남미 작황도 대체적으로 양호한 수준이고, 수급 측면의 가격 하방 압력은 이미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다.
또 비상업 거래자들의 저가매수 유입이 예상됨에 따라 곡물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기 보다는 기술적 차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원자재 가격 전망(1월말 기준) <출처=국제금융센터>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