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이 두드러진 가운데 뉴욕증시가 약세를 나타냈다. 유럽을 필두로 한 은행주 급락이 투자자들 사이에 재차 침체 경계감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해외 증시 급락과 국제 유가 하락을 악재로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가파르게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가 마감을 앞두고 오름세로 돌아섰으나 상승세를 지켜내지 못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전날 의회 증언보다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투자자들의 긴축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11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254.56포인트(1.60%) 하락한 1만5660.18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22.78포인트(1.23%) 내린 1829.08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6.76포인트(0.39%) 하락한 4266.84에 거래를 마쳤다.
은행주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7% 가까이 떨어졌고 씨티그룹 역시 6% 이상 밀리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골드만 삭스가 4% 내렸고 모간 스탠리 역시 4% 떨어지는 등 은행주가 지수보다 큰 폭으로 후퇴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부실 여신 우려가 유럽 은행 섹터를 강타한 데 이어 미국으로 ‘팔자’가 이어지는 움직임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크게 꺾인 것도 은행주에 악재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관측이 높아질 경우 은행주 하락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리오 그로스키 BNY 멜론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중앙은행의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크로 경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한편 은행주를 강타하고 있다”며 “연준의 정책 방향과 실제 움직임, 그리고 시장의 전망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신을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추진할 준비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4% 이상 떨어지며 배럴당 26.21달러에 거래됐다.
이와 관련, 피터 부크바 린지그룹 애널리스트는 “OPEC의 감산 가능성에 대한 발언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며 “하지만 실제 감산이 이뤄지기까지 액면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런 캐피탈의 애덤 새런 최고경영자는 “원유가 깊은 과매도 영역에 진입했다”며 “상승 모멘텀이 발생하면 급반전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진 가운데 에너지 관련 종목은 좁은 박스권 등락을 보였다. 엑손 모빌이 0.3% 소폭 올랐고, 셰브런은 0.1% 하락했다.
이날 증시 전반의 흐름에 대해 피터 카딜로 퍼스트 스탠더드 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S&P500 지수가 1800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지수가 1775까지 밀린 뒤 반등하지 못할 경우 가파른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고용 지표는 호조를 이뤘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전주보다 1만6000건 감소한 26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