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등 이재용 책임경영 의지 실려
[뉴스핌=김연순 기자] 내달 11일 동시에 개최되는 삼성 주요 계열사 주주총회의 핵심은 경영 투명성과 주주권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분기배당 도입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는 최근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직접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삼성전자> |
16일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호텔신라 등 삼성 계열사들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별도로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예정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하는 기존 정관을 변경해 사내외 등기이사 가운데 의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삼성SDI와 호텔신라도 다음달 11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 같은 정관 변경안을 상정한다. 아울러 삼성SDI는 지난 15일 주총 정관변경 관련 정정공시를 통해 28조 '이사회의 소집'건과 관련해서도 대표이사만이 아닌 '의장 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사실상 현 이사회 의장인 대표이사의 교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물산은 최치훈 대표이사(건설부문) 사장, 삼성SDI는 조남성 사장, 호텔신라는 이부진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와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교체) 시기가 언제될지는 모르겠지만 제도 규정이 미미한 부분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사회 의장의 교체에 대해선 각 계열사별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SDI측도 이사회 정관변경과 관련 "이사회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고 이사회의 책임과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이 이 같은 경영 투명성 제고 조치를 통해 주주친화 경영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애플의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팀 쿡을 뺀 나머지 6명 모두 사외이사이고, 이사회 의장도 세계 1위 바이오 기업 제넨텍 CEO 출신 아서 레빈슨이 맡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기업의 비중은 2014년 말 기준 96.41%에 달한다.
아울러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 1회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한 기존 정관을 분기 말에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고치기로 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사업년도 기준으로 1년에 최대 4번까지 배당이 가능하게 된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제3자 신주' 발행도 전체 발행주식의 20%를 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하고, 한자투성이의 정관을 현대적인 한글로 전면 바꾸기로 했다.
업계에선 삼성그룹의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경영과 주주친화 의지가 담긴 것으로 경영구조 개선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