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제법 많은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을 만나봤다. 개중에는 배우 못지않게 연기를 잘하는 아이돌도 있었고 그가 속한 그룹 이름보다 배우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아이돌도 있었다. 최정상 아이돌그룹 엑소의 리드보컬 디오, 다르게는 배우 도경수(23)라 불리는 그도 이들 중 한 명이라 여겼다.
그런데 막상 마주한 도경수는 어딘가 특별했다. 일부러 포장하거나 꾸며 말하지 않는데도 내뱉는 말 곳곳에서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묻어났다. 연기를 허투루, 혹은 단순 재미나 돈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게 눈빛에서 느껴졌다. 인터뷰에 응하는 태도만 보면 분명 잘 다듬어진 프로 아이돌인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베테랑 배우의 냄새도 났다. 단언컨대 그만큼 연기를 진심으로 대하는 아이돌은 만나보지 못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너를 기억해’, 영화 ‘카트’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던 배우 도경수가 신작 ‘순정’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2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1991년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을 담은 감성 드라마다.
“1991년도라는 배경을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감독님과도 1991년도 배경은 생각하지 말자고 했죠. 왜냐면 사랑, 우정이란 감정은 현재나 과거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감독님도 그렇게 하자고 해서 편하게 연기했죠. 의외로 촬영하면서 시대에 관한 건 배웠어요. 당시 노래부터 카세트테이프 같은 물건 등을요. 특히 제가 아날로그의 클래식함을 좋아해서 더 좋았죠.”
극중 도경수가 맡은 역할은 무뚝뚝한 매력의 일편단심 모범생 범실이다. 언제나 수줍음이 많고 바른 인물로 다섯 친구 중에서도 유독 말 수가 적다. 학창 시절 도경수와도 접점이 꽤 많은 캐릭터다. 물론 지금의 도경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남자다움은 지금의 저와 비슷했는데 순수함, 풋풋함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 옛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는 지금과 성격이 정반대였거든요. 할 이야기도 못할 만큼 수줍음이 많았죠. 거의 범실이와 70% 싱크로율이었어요. 조용히 있는 거 좋아하고 까불지도 않고요. 대신 그땐 남자다움이 없었죠. 그래서 범실이를 표현할 수 있었어요.”
범실의 이런 수줍음 많은 성격은 그의 사랑법에서도 드러난다. 수옥(김소현)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범실은 언제나 수옥만 바라보고 수옥이 원하는 건 뭐든 뒤에서 챙겨준다. 하지만 무뚝뚝한 성격 탓에 좀처럼 제 마음을 드러내지는 못한다.
“저도 그랬죠. 연애할 때도 범실과 비슷했어요. 혼자서 좋아하고 말도 못하고. 물론 첫사랑은 좀 달랐죠. 첫사랑 의미는 잘 모르지만, 그게 살면서 느낀 가장 큰 사랑이라면 고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짝사랑은 아니고 교제를 했는데 풋풋, 행복보단 슬프고 우울한 기억이 많이 남았어요. 물론 지금이야 좋으면 좋다고 말하겠죠. 180도 달라졌으니까요(웃음).”
도경수는 사회생활 즉, 그룹 엑소 활동과 연기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성격이 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연히 긍정적 의미였고 그 역시 변한 자신의 성격에 만족했다. 공인이라는 자리가 그에게 준 선물인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누릴 수 없는 게 많아지기도 했다. 예컨대 고백할 수 있는 성격이 됐지만 또래들보다 쉽게, 그리고 편하게 연애할 수 없는 것이 그렇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죠. 편하게 길을 걷고 하는 연애는 할 수 없으니까요. 연애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공인이라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잖아요. 근데 제가 반대로 생각해 봤는데 지금 저라서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도 하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 하지 못하는 것과 누리는 것, 그 크기와 이 크기가 같죠. 그래서 크게 아쉬움은 없어요.”
아쉬움이 없기에 도경수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 말했다. 더군다나 어린 시절 남몰래 꿈꿨던 배우라는 직업까지 새롭게 갖게 됐다. 그리고 우연처럼 시작한 이 연기는 점점 더 그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영화 ‘21그램’의 숀 펜(폴 리버스 역)의 연기에 자극받았다는 도경수는 기회가 된다면 독립 영화 ‘10분’ 속 강호찬(백종환)과 같은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어렸을 때 배우들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막연하게 꿈꾸긴 했죠. 그러다 가수가 됐고 운 좋게 시나리오가 던져진 거예요. 그렇게 선보인 작품을 또 많이들 공감해주시니 너무 기뻤어요. 그 후로 더 경험을 쌓고 연기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죠. 뭐랄까, 하고 싶었는데 해보니까 더 즐거운 것, 그게 제가 연기하게 된 계기인 듯해요. 전에 느낄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고 있죠.”
희열과 재미를 느낀다지만, 사실 그의 빡빡한 일정을 보면 마냥 웃을 수는 없을 듯했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했듯 도경수는 배우 이전에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로서의 삶도 살아가고 있다. 하물며 인터뷰가 진행되던 이 날도 도경수는 엑소의 북미 투어를 앞두고 있었다.
“힘들죠. 그래서 이 일을 하는 이유도 많이 생각해봤어요. 그랬더니 저의 결과물을 보고 많은 사람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거기서 힘과 기쁨을 얻더라고요. 그걸로 버티는 거죠. 엑소 활동도 그래요. 무대에서 팬의 얼굴을 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면 진짜 너무 행복해요. 거부할 수 없죠. 그래서 팬들에게도 감사하고 항상 최소한의 잘못도, 실망도 시켜드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자신의 연기를 보고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관객, 자신의 노래를 듣고 같이 웃어주고 울어주는 팬들. 도경수는 그렇게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껴주는 이들을 위해 항상 변하지 않는 ‘멋있는남성’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항상 변하지 말자 예의를 지키며 살자 마음이죠. 또 요즘에는 멋있는 남성이 되려고 해요. 아직 뭔지 잘은 모르지만, 그걸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죠. 누가 봤을 때, 배우나 가수를 떠나서 저 삶은 진짜 멋있다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 뭔가를 갖고 싶죠. 지금은 찾고 공부하는 과정이고요. 위트도 있고 연륜도 필요한 듯한데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고 노력할 거예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