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널 기다리며’는 15년간 아빠를 죽인 범인을 기다려 온 소녀 희주의 7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럴러다.
영화 속 중심인물은 소녀 희주. 자신을 보살펴준 경찰과 동네 주민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순수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일 복수를 계획하고 살인마의 등 뒤에 칼을 꽂는 치밀하고 잔인한 인물이다. 순수함 속에 잔인함이, 혹은 잔인함 속에 순수함이 깃든 이중적인 캐릭터랄까.
조금 다른 의미로 접근하면 희주 역을 맡은 배우 심은경(22)도 그렇다. 이중적인 캐릭터. 오락실, 목욕탕, 외모 등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재잘재잘 늘어놓는 그는 10대 소녀처럼 순수했다. 맑고 투명한 모습에 웃음도 자주 새어 나왔다. 하지만 연기를 이야기하는 심은경은 달랐다. 깊었고 진지했다. 13년 차 배우의 고뇌와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제가 원래 스릴러에 대한 연기적인 로망이 있었잖아요. 또 호러 마니아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연기적으로 감정의 폭이 넓고 정말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스릴러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이러한 내적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선과 악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에 관심이 많고 해보고 싶었죠. 이번 작품으로 그런 갈증을 해소하게 돼서 좋았어요.”
앞서 언급했듯 첫 스릴러 영화에서 심은경이 연기한 희주는 이중성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순수하고 연약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더없이 냉정하고 잔인한 소녀. 심은경 역시 희주 캐릭터를 그려내면서 이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다.
“딱 두 가지만 봤어요. 순수성과 잔인성. 기존에 봐왔던 캐릭터와는 다른 순수성과 잔인성이 공존했죠. 그것도 극단적으로. 개인적으로 내면의 아우라를 만들고 싶어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누르고 냉정하게 연기했어요. 동시에 공감되길 바랐죠. 영화 ‘렛미인’에서 오스칼과 엘리의 사랑이 징그럽거나 혐오스럽지 않잖아요. 공감하고 동정했기 때문이죠. 희주도 그렇게 다가갔으면 했어요.”
개봉을 앞둔 지금에야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연기하는 과정은 쉽진 않았다. 특히 때때로 연쇄 살인마보다 더 잔인하고 섬뜩한 희주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힘들었죠. 사실 할머니의 마음(영화 ‘수상한 그녀’)까지는 엄마를 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근데 희주는 더 크고 복잡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걸 참고하지는 않았어요. 복잡하고 난해한 캐릭터를 보고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했죠. 희주를 보면서 혼란스럽고 이상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아마 희주도 이런 기분일 듯했거든요. 그래서 그 감정을 그대로 연기했죠.”
글로는 느낄 수 없겠지만, 사실 심은경은 이날 인터뷰 내내 당황스러울 만큼 많이 주눅이 들어 있었다. 전작인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여파였다. 특히나 데뷔 이래 대중의 사랑만 받았던 배우였기에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왜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듣는 거지’, ‘하늘은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제 연기도 못믿게 됐죠. 근데 어떻게 보면 많이 내려놨다고 하면서도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아직 정상만 바라보고 연기 잘한다는 소리만 듣고 싶었던 거죠. 근데 이제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각하고 인정하면 된다고 보죠. 그게 사람다운 사람이고요. 물론 여전히 배우가 내게 맞는 일인가는 고민 중이죠. 근데 이건 그저 한 인간으로서 성장통인 듯해요. 더 옳고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단단하고 야무진 이 소녀는 아팠던 그 시간마저 기어이 성장의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비록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심은경은 스스로를 수없이 돌아보고 채찍질하면서 그렇게 매 순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또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죠. 근데 자신을 변화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되잖아요. 그래서 올해는 취미도 찾고 다양한 시각을 갖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혼자 여행도 가고 다양한 책, 영화, 음악을 접하면서요. 물론 배우로서 올해 보여줄 작품도 많아요. 감사하게도 작년 한해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이 들어왔죠. 연애는 안하냐고요? 좋은 분이 계시면 언젠가 사귀지 않을까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