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 문혜성 교수팀, 로봇 자궁근종 수술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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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예슬 기자] 수술실에 들어서자 수술대 위에 매달린 거대한 ‘로봇 팔’이 시선을 잡는다. 수술 집도 의사는 메스 대신 로봇 팔을 움직이는 ‘콘솔(원격 조정기)’ 장치에 앉아 있다. 로봇을 주제로 한 만화 속에서 주인공이 앉아 있는 조종석을 닮았다.
11일 서울 이대목동병원 로봇수술센터에서 진행된 한 환자의 자궁근종 제거 수술 현장의 풍경이다.
로봇수술센터장인 문혜성 교수(산부인과 전문의)팀이 집도한 이날 수술은 근종의 크기가 커 까다로운 편이었지만 사람보다 정밀한 움직임을 보이는 로봇의 힘을 빌려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대목동병원에서 로봇수술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이대목동병원> |
로봇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무인 수술’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수술 한 건당 5~6명의 의료진이 투입된다. 로봇 팔 조종 및 침상에서 수술을 보조하는 역할은 아직 ‘인간 의료진’의 몫이다. 이날 수술실에도 로봇을 조종한 문 교수 외에 6명가량의 의료진이 함께 참여했다.
수술이 시작되자 가장 눈에 띈 것은 수술실 벽에 붙은 커다란 화면이다. 이 화면에는 환자 몸의 근종이 크게 확대되어 선명하게 비쳤다. 로봇 팔에 붙은 카메라로 수술부위를 고배율로 확대한 것이다. 문 교수가 로봇 팔을 조종하고 있는 자리에서는 3D 입체 영상으로 수술부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문 교수는 “아직까지는 수술용으로 쓰이는 로봇이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이나 자율적으로 운행되는 로봇과 달리 사람이 직접 조작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수술처럼 근종이 많고 커서 제거가 어려운 수술에는 560도로 회전하는 로봇 팔을 이용해 사람 손보다 넓은 범위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의료 현장에서 로봇 수술은 이제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약 3600여대가 설치돼 각종 수술에 투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봇 수술은 지난 2005년부터 도입됐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이 의료용 로봇인 ‘다빈치’ 사용을 허가하면서 의료현장에 로봇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도입 이후 1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 도입된 로봇수술기는 55대(44개 병원)다. 로봇수술의 선두주자는 세브란스병원으로, 첫 도입 이후로 약 1만3000여 건 이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의료용 로봇의 보편화까지는 큰 장벽이 있다. 로봇의 몸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에 쓰이는 ‘다빈치’ 1대당 가격은 무려 50억원을 넘는다. 여기에 환자 몸에 직접 닿는 로봇 팔 부위는 약 10~20회 가량 사용하면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높은 유지비용도 든다.
또 로봇 수술이 가장 많이 쓰이는 암수술의 경우, 환자가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면 보험 적용을 받아 5%의 비용만 내면 된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로봇 수술이 보편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갑상선암, 자궁근종 등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는 고난이도의 수술을 해내는데 로봇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다.
단적으로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경우 복잡한 인체를 잘못 건드려 암 제거는 성공하더라도 부작용에 시달릴 확률이 높았지만 로봇 수술은 상대적으로 그 확률이 낮다.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후의 통증 및 흉터가 적은 것도 환자들이 선호하는 점이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민간보험 적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로봇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많으면 하루 4건 정도 로봇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