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애인있어요’ 같은 정통 멜로극이 조금 더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정극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대한민국 드라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에서 사랑에 모두를 거는 순정남 백석을 연기했던 이규한(37)이 최근 50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긴 호흡으로 열정 속에 연기한 만큼, 드라마가 남긴 의미도 남달랐다.
“드라마가 끝나고 보니 ‘애인있어요’가 정통 멜로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지금 정통 멜로가 많이 사라지는 장르잖아요. 배우들한테 이런 장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현실은 트렌디한 장르나 가족 연속극이 많죠. 긴 회차 동안 멜로를 다루는 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또 나이도 점점 많아지니까 이번 작품이 제가 한 마지막 정극이 아닐까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이규한은 극중 도해강(김현주)을 지키기 위해,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소한 감정까지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또 다른 남자로 인해 힘들어하는 상대방을 끝까지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순정남을 자처했다. 하지만 실제 이규한은 “백석의 사랑이요? 글쎄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람이라면 모두 백석처럼 사랑 앞에서 지고지순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상대방이 저렇게까지 날 밀어내는데, 난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배려하고 지켜주는 게 의아했어요. 백석은 자신의 감정을 잘 지키는 사람인 것 같아요. 실제 저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죠. 이번에 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많이 깨달은 건 상대방이 저를 똑같이 사랑해주지 않아도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또 사랑을 한다면 제 안에서 끝낼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성격과 조금은 다른 백석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있었다. 이규한은 “별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면서도 “굳이 하나 꼽자면 목과 팔에 한 기브스”라고 웃었다.
“딱히 힘든 부분은 없었는데 극 말미에 백석이 사고가 난 후 기브스를 했어요. 오랜 시간 촬영을 하다 보니 사람을 위한 기구인 건지, 다치게 하는 기구인 건지 모르겠더라고요.(웃음) 장시간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있으니까 두통도 와서 고생 좀 했죠. 하하.”
‘애인있어요’는 불륜과 재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만큼, 화제성은 높았지만 평균 시청률은 7%에 머물며 막을 내렸다. 동시간대 방송한 MBC ‘내딸 금사월’과 크게는 30%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시청률은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몰입을 돕는 계기가 됐다.
“시청률이요? 많이 저조했죠. 근데 개인적으로 시청률은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그건 배우보다 제작진에게 더 민감하겠죠. 감독님이 촬영장의 분위키 메이커였던 만큼 서로 힘을 북돋아주면서 일했어요. 배유미 작가 대사는 한 번 더 생각할수록 달라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배우들끼리 그런 것에 대해 의논하면서 더욱 좋은 쪽으로 내용을 이끌어 가려고 노력했어요. 그 덕에 다 같이 즐겁게 임했죠.”
데뷔 19년차 배우 이규한은 도전하고 싶은 연기도, 하고 싶은 역할도 아직 무궁무진하다. 연기에 대한 욕심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느끼는 다양한 고민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연기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었다.
“정극을 하다 보니 더 그랬어요.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요. 정말 정통 드라마라고 하면 김수현 작가의 ‘청춘을 덫’이 떠올라요. 당시 이종원, 전광렬 선배가 했던 남자다운 연기가 하고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올드하다고 느껴지지만, 정극이 대한민국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정통 멜로극이 조금 더 보존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이규한은 차기작을 고르며 숨을 돌리는 동안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그 때마다 이규한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드라마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이규한은 대중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MBC)와 '정글의 법칙(SBS) 등 예능은 생각보다 꽤 많이 출연했죠. ‘진짜 사나이’는 지금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순간이 있어요.(웃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일을 하다 보니 ‘대중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을 자주해요. 의외로 연기하는 이규한은 잘 모르시더라고요. 어떤 배우로 보이느냐보다는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싶었어요. 이렇게 얘기해놓고 또 예능에만 나갈까 걱정이네요. 하하.”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