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약세 의존한 경기 부양 '회의'
은행 신용 채널로 정책 수단 변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 내놓은 고강도 부양책을 둘러싸고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이번 대응책이 전격적인 전략 수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유로화 하락을 유도해 인플레이션과 성장을 자극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은행권 신용라인으로 핵심 정책 수단을 갈아탔다는 얘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블룸버그통신> |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환율 시스템을 이용한 부양책에 비해 이번에 내놓은 전략이 오히려 커다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날 제시된 ECB의 부양책에서 두 가지 시사점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마이너스 금리 체제가 은행권 수익성을 크게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복안이 깔렸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유로화 약세를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에 대한 정책자들의 자신감이 한풀 꺾였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이번 회의 결과의 포인트는 ECB의 정책 수단 변경이라는 주장이 번지고 있다.
유로화 약세보다 신용 창출을 통해 외국인 수요를 확대,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프레드릭 듀크로제트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ECB의 부양책 내용과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경기 부양을 위한 통로를 환율 시스템에서 은행권 신용 채널로 변경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가 정책자들의 의도대로 금융 자산 가격을 띄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는 연초 유럽과 일본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앞서 씨티그룹은 유로존과 일본,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를 포괄, 이른바 NIRP(Negative Interest Rate Policy) 주식 및 외환 지수를 설계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주식시장과 통화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에서 뚜렷하게 확인된 것처럼 마이너스 금리에도 오히려 통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 씨티그룹의 NIRP 지수에서 드러난 결론이다.
이날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ECB가 비금융권 투자등급 회사채를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포함해 포트폴리오 균형을 도모했지만 이번 부양책에 대한 유로화 반응이 정책자들의 예상과 빗나갈 경우 주식시장과 경기 전반에 대한 정책 효과가 희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