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달러화에 2% 가까이 급등
독일 필두 주요 증시 일제 하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0일(현지시각) 파격적인 부양책이 금융시장에서는 하루짜리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양적완화(QE) 프로그램에 새롭게 포함된 회사채가 랠리했을 뿐 주가는 급등 후 가파르게 하락 반전했고, 유로화 역시 장 초반 낙폭을 모두 회복한 뒤 장중 2%에 가까운 강세를 연출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과격한 부양책에도 금융시장이 뜻밖의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 ‘바주카’를 끝으로 정책 한계를 맞았다는 판단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날 장중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2% 가까이 뛰었다. ECB의 회의 결과 발표 직후 하락 압박을 받았던 유로화는 곧 상승 반전, 유로/달러 환율이 1.9% 뛰며 1.12달러까지 상승했다. 장 초반 1.08달러에서 급반전을 이룬 셈이다.
주가도 마찬가지. 장 초반 2% 이상 급등했던 스톡스 600 지수는 1.7%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 독일 증시가 2.3% 급락한 것을 포함해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가파르게 떨어졌다.
시장의 방향을 돌려 놓은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이다. 더 이상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언급이 주식과 외환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드라기 총재는 현 수준의 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밝혀 여전히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였지만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유로화의 약세 흐름이 종료를 맞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퍼닐 보몰트 헤네버그 단스케방크마켓 애널리스트는 이날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실망스럽다”며 “회사채를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포함했지만 이는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니퍼 베일 US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 채권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기자회견 시점에 유로화와 국채 수익률 하락이 일제히 멈췄다”며 “기자회견으로 드라기 총재는 시장 전반에 한파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ECB 정책이사 회의 <출처=ECB 홈페이지> |
제임스 애디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 머니 매니저는 “유로화의 약세가 종료됐거나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드라기 총재는 사실상 부양책 카드가 모두 소진됐다는 것을 밝힌 셈”이라고 판단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중국의 급격한 성장 둔화를 포함해 메이저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더 이상 정책적인 대응의 여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번졌다.
이날 전방위 부양책 발표에도 투자심리가 급랭했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동시에 이번 부양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었다. 회사채 매입을 포함해 파격적인 통화정책이 극심한 시장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회사채 시장을 필두로 자산 버블을 초래할 수 있고, 각 회원국의 개혁 의지를 꺾어 펀더멘털 측면의 회복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유니크레디트의 6.75% 금리의 채권이 1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고,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주요 은행이 발행한 채권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마킷 아이트랙스 유럽 선순위 은행채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장중 한 때 14bp 하락하며 85bp에 거래됐다.
독일 재보험사 뮌헨 리의 마이클 멘하트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거시 경제가 급격하게 꺾일 경우 더 이상 과감한 정책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와 동시에 자산시장의 왜곡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