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테러로 EU 탈퇴 가능성 고조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파운드 약세에 대비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영국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될 것이란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덩달아 글로벌 금융시장 파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로 파운드가 하락 부담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헤지 비용이 6년래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지난 이틀 동안 달러 대비 2.5% 하락한 파운드 가치가 국민투표가 있을 3개월 뒤에는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깔리면서 잠재적 손실 헤지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이 늘었고 환율 내재변동성이 가파른 오르막을 탔다.
파운드화 약세를 헤지할 수 있는 유로-파운드 옵션 중 3개월물의 내재변동성은 12%에서 14.7%가 넘는 수준으로 뛰어 2010년 5월 기록한 고점 16.91% 부근에 다가섰다. 지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 해당 내재변동성은 25% 위로 치솟기도 했다.
파운드 헤지비용 추이 <출처=블룸버그> |
◆ 브렉시트에 변동성 '진행형'
FT 조사에서 EU 잔류 쪽이 탈퇴를 45%대 40%로 소폭 앞서고 있긴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내부 분열을 겪고 있어 선거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기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테러로 EU의 이민 정책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브렉시트 가능성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브렉시트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환시 변동성도 지속돼 2010년 고점 수준을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코메르츠방크 외환전략가 에스더 라이켈트는 파운드 약세에 대비한 헤지 비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영국이 EU 친화적인 쪽으로 기울 것이란 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파운드화 불확실성이 계속 높은 상태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율리우스 바이에르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마이어도 영국의 EU 잔류로 파운드가 급등할 확률은 적어 보인다며 투자자들에게 파운드 헤지를 권고했다. 그는 지지부진한 영국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춰 이 역시 파운드 약세를 시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충격파, 영국 넘어갈 듯
<출처=블룸버그> |
한편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은 비단 영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마이어는 영국인들이 EU 탈퇴를 택하면 파운드화는 유로화 대비 0.90파운드 수준으로, 또 미국 달러화 대비로는 1.25달러 밑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UBS는 브렉시트의 파장이 "영국 만큼이나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도 미칠 전망"이며 부정적 분위기는 유로화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리스 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오웬은 6월23일 있을 국민투표로 글로벌 전반에 투자심리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브렉시트 표결을 앞두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대면 같은 달 14일과 15일 열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결정을 "상당히 어렵기"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들도 잇따라 브렉시트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는데,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 발생 시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최대 20%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소시에테 제네랄은 브렉시트가 유럽에 중국 경착륙의 2배에 달하는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