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인 "계획없다"에서 3개월만에 프리IPO 선언…해외상장 추진
中 성장세 둔화 영향 미친듯
[뉴스핌=함지현 기자]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의 재무정책 기조가 '차입 경영'에서 '공개 경영'으로 바뀌었다.
박 부회장은 그동안 중국 법인 상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믿었던 중국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자 기업을 공개하고 우량기관에게 자금을 조달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키로 방향을 선회했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사진=이랜드> |
6일 이랜드는 연내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와 함께 해외 기업공개(IPO)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프리IPO란 IPO를 하기 전에 투자자들로부터 일정 자금을 유치받는 것으로 주로 기관투자자들을 상대한다.
이랜드는 올해 하반기까지 프리IPO 기관투자자를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IPO 대상 법인 지분 구조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IPO 주관사를 선정하고 2018년~2020년 사이에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1월 박 부회장이 직접나서 밝힌 기조와 방향이 다르다. 당시 그는 "상장은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며 "더 매력적인 회사로 만들어서 공개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내부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차입 경영을 해 오던 이랜드가 과거에는 IPO(기업공개)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반적인 재무정책이 바뀌었다"며 "중국사업의 성장세가 꺽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내부적으로 IPO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이 입장을 선회한 데에는 중국사업의 성장성 둔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랜드는 그동안 공격적인 성장 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나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340%에 달한다.
이에 부채비율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킴스클럽 매각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IPO 카드는 좀처럼 꺼내들지 않았다. 기업공개를 달가워하지 않는 최고경영자의 성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사업 성장세 감소는 박 부회장의 생각을 바꿔놨다. 과거에는 중국 사업이 높은 수익을 내왔기 때문에 재무 부담이 크더라도 떠 안을 여력이 있었지만 중국사업의 성장세가 꺽이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이랜드 중국 주요 법인 3사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2011년 86.8%, 17.7%였는데, 지난해에는 각각 162.5%, 42.1%를 기록하면서 재무안전성이 저하됐다. 중국 내 주요브랜드의 영업이익도 2014년 3318억원에서 2015년 2599억원으로 감소할 정도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 IPO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관 투자자를 우선적으로 유치하는 것인만큼 박 부회장이 지난 1월에 밝혔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시점이 오면 상장을 하겠다고 밝혔었다"며 "기관투자자를 유치한 뒤 3~4년 후면 그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IPO와 관련, 이랜드측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며 "최대 수준의 자금 조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