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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10% 조정에도 미·일 '뒷짐' 왜?

기사입력 : 2016년04월08일 13:56

최종수정 : 2016년04월08일 13:56

G7·G20 앞 '신중'…달러 약세·엔은 글쎄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달러와 엔화 흐름이 각국 정책 기조와는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국인 미국과 일본 금융당국은 뒷짐만 진 채 개입을 주저하는 모양새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 초반 110엔 선에서 위태로운 움직임을 보이던 달러/엔 환율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피해야 한다"며 엔고를 부채질하면서 뉴욕장에서 107엔대까지 밀렸다. 올들어 10%나 하락한 것이다.

◆ 엔화 '파죽지세'… 추세 전환인가

이어진 8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미국 경기 회복세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여전한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일본 아소 다로 재무상이 "급격한 환율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방적인 엔화 움직임을 경계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달러/엔 방향성에는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했다.

엔화는 닷새째 급격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뉴욕 장중 달러 대비 상승폭을 1.7%까지 키우며 107.71엔에 거래되던 엔화는 8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108엔대에 호가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3일 기록한 고점 111.79엔에 비하면 여전히 3% 가까이 강세다. 올 들어 엔화는 달러 대비 10% 가까이 절상 흐름을 보였다.

달러도 작년까지 이어지던 슈퍼달러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달러/엔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략가들을 대상으로 한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반 시작된 달러 랠리는 이제 수명을 다 했으며 올 연말까지 반등한다 해도 상승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은 달러 상승보다는 하락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토마스 크레신 핌코 유럽 외환담당은 작년까지 3년간 이어진 달러 강세는 이제 종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엔 환율 1년 추이 <출처=블룸버그>

◆ 강달러 '끝'.. G7-G20 치르고 보자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엔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당국의 저지 움직임은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본의 경우 당장 다음 달 26일과 27일 자국서 열리는 주요 선진 7개국(G7) 회의를 앞두고 있어 섣부른 개입 조치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리서치팀 대표 샤합 자닐루스는 "일본이 다음 달 G7회의를 준비하다 보니 지금 단계에서는 개입 시도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엔 환율이 점진적으로 꾸준히 떨어지는 양상이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재앙적 하락세를 보이진 않고 있는 상황이라 개입 당위성은 그만큼 더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도쿄 지국장 로빈 하딩과 클레어 존스도 "G7 회의가 아베 신조의 올해 외교 전략의 초점"이며 엔화 약세를 위한 개입은 아베의 G7 리더십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CS는 다른 복잡한 정치적 우려들도 일본의 환시 개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감한 시점인데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의회 통과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인데 일본이 환율 조작으로 의회의 심기를 건드리진 않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오는 14일부터 양일간 워싱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도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의 레이더망에 걸려 있다.

브라운브라더스 해리먼 외환전략가 마크 챈들러는 최근 G7이나 G20 회의에서 경쟁적 통화 절하를 막자는 목소리가 거듭 강조된 만큼 일본은행(BOJ)이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워진 셈이라며 "정책 당국자들의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 강달러 역전이지 엔고 전환 아냐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달러와 엔화 전망을 두고서는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달러의 경우 작년과 같은 강세 흐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산 인기로 인한 엔화 고공행진이 워낙 강력한데다 연준 역시 일단은 도비쉬(완화 선호)한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투기세력들의 달러강세 전망은 지난 2014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외환전략가 이안 고든도 "글로벌 금융 시장 리스크가 줄어들 때까지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 상당히 신중할 것"이라며 달러 하락 압력을 예상했다.

엔화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메릴린치는 이날 달러/엔 환율의 수급 개선 상황이 요원해 앞으로 달러/엔이 100엔~105엔 범위를 시험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보뱅크 제인 폴리도 당분간은 BOJ의 개입이 요원한데다 엔화 가치는 여러 측면에서 아직 평가절하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달러/엔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소시에테 제네랄(SocGen) 외환 전략가 키트 주크스는 선물 시장에서 엔화 매수 포지션이 5만계약 이상으로 확대됐는데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조만간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점쳤다.

그는 시장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고 미국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한편 닛케이의 부진도 지속된다면 몇 개월 안으로 달러/엔 환율이 120엔 수준은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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