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 43% '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 부동산 시장이 한파를 내고 있다.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해외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거래가 급감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 부동산이 이미 정점을 찍고 하강 기류에 접어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영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109억파운드(159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줄어든 수치다.
이와 별도로 영국 부동산 중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자산 매입 의향이 높아졌다고 밝힌 읻르은 5%에 불과했다.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36%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캠페인 용 머그잔 <출처=블룸버그통신> |
오는 6월 23일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경계하는 투자자들이 부동산 자산 매입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앞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JLL의 앤드류 호킨스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일제히 부동산 투자 계획을 잠정 보류하는 움직임”이라며 “브렉시트 리스크를 감내하고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될 경우 런던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들의 철수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자산의 매입과 임대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수급 불균형 문제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런던을 필두로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의 가격 거품 논란과 유럽 전반에 걸친 경기 둔화도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저금리 기조에 따라 고가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상황이다.
한편 그 밖에 유럽 주요국의 부동산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분기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467억유로로, 전년 동기에 비해 40% 줄어들었다.
특히 프랑스의 거래 규모가 35억유로를 기록해 59% 급감, 유럽 지역에서 가장 큰 폭으로 후퇴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부동산 시장이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 투표가 부결되더라도 강한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크리스 테일러 헤르메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는 “이미 18개월 전 유럽 부동산 시장이 고점을 찍었다”며 “브렉시트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변동성이 부동산 자산을 강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크레디트 스위스(CS)는 런던 주택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앞으로 12~18개월 사이 집값이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런던의 신규 주택 매입 가운데 해외 투자자의 비중이 15%에 이르는 만큼 브렉시트 리스크에 따른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CS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