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한송 기자] "보안이 철저하기로 알려진 자산운용사가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는 자체가 상당히 의외였다."
"당국에서 불법행위 감독 강화에 대한 방향을 디테일하게 전달해 관심과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27일 열린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 워크숍에 대한 운용사 준법감시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자산운용사에 대한 건전성 강화 의지를 강화하면서 업계와 당국에선 소통의 중요성이 제기됐고, 당국의 이 같은 현장 스킨십 강화에 업계 역시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 워크숍을 최근 가졌다.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 모범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와 공동으로 마련된 자리다. 행사에는 자산운용사별 준법감시인 등 80여 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이날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등 준법감시인들은 자사의 준법경영 평가체계, 대체투자 내부통제 기준 등을 소개했다. 발표 후 열띤 질의응답과 토론도 이어졌다.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행사는 4시에 마칠 예정이었으나 참석자 간 열띤 토론으로 40분 남짓 더 진행됐다.
워크숍에 참석한 A사의 준법감시인은 "내부 시스템에 대해 보안이 철저하기로 알려진 모 자산운용사에서 그룹사의 승인을 받아 사례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했다"고 전했다. B사 관계자는 "타사에서 내부통제를 어떻게 하는지 업계 간 궁금증도 많고, 감독원 검사국에서 불법 행위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 참석자 사이에서 관심이 뜨거웠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자산운용업계는 은행이나 증권 등 타 업권에 비해 종목별 편입 한도 등 내부통제 면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펀드 수익률은 전적으로 자산운용사의 운용 실력에 달려 있어 금융회사별 내부 통제에 따라 고객의 이해관계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자산운용업계에선 시장 이슈나 내부 통제 기준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가 타 업권에 비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처럼 세 곳의 회사가 사전에 준비를 통해 조직적으로 발표에 나선 적은 좀처럼 없었다.
류국현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장은 "원래 행사는 준법감시인 정기총회의 일환으로 당국과 업계간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였지만 이번에는 의제를 설정해 모범 사례를 공유해보자고 했던 취지"였다며 "금융감독원이 검사시스템 바꾼 것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를 위해 업계 간 공유를 통해서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올해 초 검사시스템을 개편하면서 금융회사의 건전성 강화에 역점을 뒀다. 검사담당 조직을 '건전성 담당국'과 '준법성 검사국'으로 분리하고 금감원 내 산재해 있는 건전성 감독·검사기능을 '건전성 담당국'으로 통합했다.
준법성 검사국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현장 검사를 하되 금융회사와 시장의 리스크요인 점검 등 건전성검사에 집중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일상적인 법규준수사항 점검 및 준수 등은 금융회사에 대폭 위임하기로 하면서 내부통제시스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후 검사에 대한 부분을 줄이면서 시장 상황을 들여다볼 기회는 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현장 스킨십 강화에 발벗고 나서는 분위기. 올해 3월부터는 시장에서 논의된 주요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산운용산업계 정보공유협의회'모임도 매달 진행하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등 회사 규모와 채권전문, 주식전문 등 회사 성격에 따라 구성된 8~9명의 준법감시인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유인수 부사장은 "이전에도 회사별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자 하는 업계간 시도는 있었지만 올해는 당국의 관심 아래 상호 간 정보공유 기회가 더욱 확대됐다"며 "사후검사보다는 사전 내부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당국의 방침이 업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해왔다.
[뉴스핌 Newspim]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