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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아가씨' 박찬욱 "호불호 감독? 전 언제나 만장일치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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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박찬욱 감독(53)이 7년 만에 국내에서 신작을 선보였다. 한국어로는 ‘아가씨’, 영어로는 ‘The Handmaiden(하녀)’라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두 여자의 죄의식과 사랑을 3부로 나눠 담은 작품이다. 이야기의 주체는 하녀와 아가씨, 그리고 아가씨와 하녀다.

동성애라는 생소한 주제를 다뤘지만, 현재까지 반응은 꽤 좋다. ‘아가씨’는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핸디캡에도 불구, 개봉 일주일째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섰다. 지난 8일에는 200만 관객 돌파에도 성공했다. 청불 최고 흥행작인 ‘내부자들’(2015)을 넘어서는 결과이자 박찬욱 영화 인생에 가장 빠르고 보기 드문(?) 흥행 속도다.

물론 인터뷰 차 마주한 박찬욱 감독은 어떠한 칭찬과 낭보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아가씨’가 오르내리는 게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미소 짓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덤덤하고 담담하게,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만든 영화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핑거스미스’, 더하기 빼기

알려졌다시피 원작은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본 새라 워터스는 박찬욱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작에 ‘기반을 뒀다(based on)’기 보다는 소설에 ‘영감을 받았다(inspired by)’고 하는 게 어떠냐고. 그만큼 원작과 영화는 내용상 차이가 있다. 두 작품을 모두 접한 관객에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석스비 부인의 비중이 최소화되고 출생의 비밀이라는 큰 반전이 사라졌다는 거다.

“문학적으로는 재밌는 설정이지만, 그건 빅토리아 시대 통속 소설의 클리셰죠. 그래서 굳이 답습할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물론 세라워터스는 이름도 모를 그 통속 작가들의 이야기를 학자로서 가져다 쓴 건데 현대, 한국, 영화 관객에게 통할 이야기는 아니죠. 거기에 무슨 관심이 있겠어요. 그리고 정신병원 이야기를 덜어낸 건 끝나기 직전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소개되면 영화가 이상해지잖아요. 드라마라면 몰라도요. 무엇보다 전 거기서 벌어지는 일이 흥미롭지 않았고요.”

원작과 또 다른점은 1840년대 영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1930년대 경성으로 바꿨다는 것. 여기서 중요한 건 박찬욱 감독은 사랑 이야기에 시대상을 반영한 원작과 달리 단순 ‘계급 사회’라는 제도를 차용하기 위해 일제강점기를 사용했다는 데 있다. 물론 박찬욱 감독은 억울(?)하다. 그는 한일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만들었고 그 부분을 작품에 녹였다고 반론했다.

“코우즈키(조진웅)를 보면 알 수 있죠. 영화 내내 나오는 코우즈키 집. 그곳은 코우즈키가 만든 왕국이라 그의 면면이 다 담겼죠. 지하실, 서재 등을 통해 변태성이 드러날 뿐 아니라 대사를 통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요. 이건 시대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어요. 코우즈키는 식민지 근성을 가진 상류 지식인으로 그려지는데 일본 사람인 척은 물론, 한국말을 써도 되는 상황, 혹은 위급한 상황에서 일본어를 써요. 단지 돈이나 높은 지위를 위해 친일인 척하는 사람과 다르죠. 코우즈키는 그런 차원을 벗어난 슈퍼 친일파니까(웃음). 아예 일본인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훨씬 무섭고 위험해요. 전 그런 부분을 통해 식민지, 근대,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내면을 묘사한 거죠.”

'아가씨'에서 하녀 숙희를 연기한 배우 김태리(왼쪽)와 히데코를 열연한 배우 김민희 <사진=CJ엔터테인먼트>

◆동성애, 금기를 깨다

이처럼 소설을 영화로 옮기며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그대로 보존한 부분도 있다. 수전 스미스와 릴리 모드(‘아가씨’에서는 수전 스미스가 숙희, 릴리 모드가 히데코다)의 사랑이 그렇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스크린에 옮기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원작에서 그대로 살린 부분도 동성애라고 답했다. 자연스럽게 동성 간의 베드신도 따라왔다. 

“사랑의 진행 과정에서 정사 장면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그걸 묘사하는 걸 피하지 않았을 뿐이죠. 피했다면 도리어 이상한 일이 아닌가요. 그리고 전 원작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이 처음으로 정사를 나누는데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가르쳐 주는 절묘함이었죠. 유혹하고 유혹에 넘어가는 과정인데 유혹이 아닌 거처럼, 자기가 좋으면서 백작과 하는 건 생각하기도 싫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역설적이지 않나요? 또 히데코는 이미 선수인데 숙희는 자기가 선수인 거처럼 구는 게 같잖고 웃기는 거죠.”

동성애를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박찬욱 감독이 특별히 신경을 기울인 부분도 있다. 바로 관객이 숙희와 히데코를 보면서 누가 남자 역할이고 누가 여자 역할인지 구분할 수 없게 하는 거였다.

“대부분 동성 커플을 보면 보통 남자, 여자 역할을 구분 짓고 궁금해하죠. 하지만 전 처음부터 그 구분을 짓지 않았어요. 그러고 싶지 않았죠. 물론 원작과 달리 극 말미 숙희가 아닌 히데코에게 남장을 시킨 데에도 그 이유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죠. 다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는데 (김)태리에게 남장이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는 거예요. 아이가 어른 흉내를 낸 느낌이랄까(웃음). 원래 영화라는 게, 또 창작이라는 게 작은 거 하나도 단일 이유에서 나오진 않으니까 이런저런 이유가 섞인 거라 보는 게 맞죠.”

◆탈(脫) 박찬욱? 대사와 엔딩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를 놓고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대사가 많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이다. 하지만 극중 대사들은 근래 한국 작품들처럼 단순하거나 직설적이지 않다.

“일부러 문학적 대사를 사용했어요. 일본어 대사를 넣은 이유 중 하나도 관객이 자막으로 문어체 대사를 읽기 원해서죠. 그렇다고 유난히 공들여서 만든 대사는 없어요. 그랬다고 한들 그 대사가 명대사가 되는 건 아니니까(웃음). 자연스럽고 쉽게 나온 게 좋은 대사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좋아하는 대사는 많아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염병, 예쁘면 예쁘다고 말을 했어야지’ ‘아가씨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등이 그렇죠. 일부러 대사로 웃음을 유발한 부분도 많아요. 물론 그건 배우들이 운반을 잘한 덕도 있지만요.”

이 작품에서 생소한 건 대사뿐만이 아니다. 대사만큼이나 영화의 결말도 낯설다. 박찬욱 감독은 그간의 작품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일각에서 너무 안전한 선택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만 봐도 얼마나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결말인지를 말해준다. 

“다들 무시하는 건지 잊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도 행복한 결말을 갖고 있습니다(웃음). 어찌 됐던 두 여성의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결말은 제가 원작에서 보고 싶었던 엔딩이었어요. 원작에는 없지만, 더 보고 싶었던 게 두 사람이 용기 내 고백하고 그래서 둘이 한 편이 돼 자유를 향해 떠나는 것, 그거였죠. 두 남자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르니까 그들에게 행복한 퇴장을 선사할 수는 없는 일이고. 악인들이 처벌되니까 권선징악, 해피엔딩이죠.”

◆세계의 눈이 집중된 ‘칸느박’의 차기작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또 한 번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아가씨’는 지난달 22일 폐막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올드보이’(2004), ‘박쥐’(2010)에 이어 세 번째. 달라진 게 있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은 그는 이내 ‘네온 데몬’ 나타샤 브레이어 촬영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과 함께한 후일담을 털어놨다.

“우리나라는 금방금방 변하는데 거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바뀌는 게 없구나 싶죠. 엇갈리는 평이야 익숙한 거고. 전 언제나 만장일치를 바라는 사람이지만요(웃음). 제 입장에서 달라진 걸 찾자면 전에는 나와 내 일행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오래된 친구들이 생겼다는 거예요. 마치 부산국제영화제처럼 가기 전에 메일 주고받으면서 그곳에서 서로 만나죠. 또 다른 재미예요. 이번엔 경쟁부문에 초청된 ‘네온 데몬’ 촬영 감독과 함께했어요. 저랑 밀라노에서 단편 영화를 찍은 친군데 그 친구가 감독을 데리고 나와서 셋이서 재밌게 놀았죠.”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된 ‘칸느박’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은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앞서 그가 ‘도끼 AXE’를 차기작으로 확정, ‘스토커’ 이후 또 한 번 할리우드에서 작품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돌면서 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박찬욱 감독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몇 가지 논의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다 투자사가 결정되지 않아서 어떤 작품이 차기작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이들 중 투자가 되는 작품을 먼저 하는 거죠. 뭐가 될지 그건 모르는 일이고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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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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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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