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네덜란드도 같은 전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전세계 국채가 10조달러에 이른 가운데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4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소위 ‘서브 제로’ 클럽에 입성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까지 배경을 둘러싼 월가의 분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유로존 <출처=블룸버그> |
전망 역시 다양하다. 브렉시트 찬성 의견이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추가로 나올 경우 적어도 오는 23일 국민투표까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서 수익률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견과 폭등 가능성을 경고하는 버블 논란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장 초반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 0.03%까지 밀린 뒤 낙폭을 축소했다. 이른바 분트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시간문제로 회자됐다.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기존에 유통되는 독일 국채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수익률 마이너스 0.4% 아래로 밀린 상황이다.
독일 분트는 지난 1970년대 이후로 전세계 투자자들 사이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고, 독일은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는 극소수의 선진국 가운데 하나다.
전례 없는 이번 기록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를 꼽는다.
국민투표를 불과 열흘 가량 앞둔 가운데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된 여론 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했다는 얘기다.
요르그 크래머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독일 분트채 수익률이 추가로 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투자가들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10년물 국채가 독일에 이어 마이너스 수익률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시 힐자넌 SEB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독일 10년물 국채가 매력적이라는 판단으로 매입하는 투자자들은 아무도 없다”며 “브렉시트부터 성장률 둔화까지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전자산 및 헤지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분트뿐 아니라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 기록을 새롭게 세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앞서 빌 그로스 야누스 캐피탈 펀드매니저가 10조달러 규모의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의 폭발 가능성을 경고했고, 이날 분트의 사상 첫 ‘서브 제로’에 대해서도 월가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케네스 토브스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으로 수익을 내는 유일한 길은 더 낮은 금리에 해당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분트 매입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왑 금리에서 분트의 수익률 급등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채와 현금 사이에 매력적인 아비트라지 기회가 발생했고, 이는 곧 수익률 반전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와 독일 30년물 국채 수익률 사이에 스프레드가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터치’했다.
머니마켓펀드 역시 투자 안전성이 높은 상품으로 평가 받는 만큼 전례 없는 수익률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머니마켓펀드로 이동, 국채 수익률이 급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레이너 문터만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WSJ와 인터뷰에서 “자산 스왑 스프레드가 사상 최고치까지 벌어진 것은 국채 수익률의 추가 하락이 제한될 가능성을 예고한다”며 “특정 시점에 투자자들이 국채와 머니마켓펀드 사이에 아비트라지 기회를 알아차리고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