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동석 기자] 2002년 유로화 출범 당시 영국은 유로존에 불참했다. 유로화 사용여부에 대해 국민투표를 한다고 했으나, 실제 국민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영국 언론들은 유로화 체제를 혹평했다. 영국은 정치적·경제적 이유를 댔다. 우선 독일 주도의 통화통합에 최초의 ‘산업화’ 나라인 영국은 탐탁치 않아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과 궤를 같이 하는 영국경제는 유럽대륙과 다른 경기 사이클을 보인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유로화는 유럽대륙의 것이지 영국의 것이 아니다는 분석이다. 결국 유로화 사용이 경제안정을 해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같은 통화를 쓰면 번영도 같이 하지만 위기도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EU 내 위상약화가 불가피했지만,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영국은 유로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영국경제가 심각하게 망가지지 않는 한 영국의 유로존 가입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유로존이 강한 경제를 구축하면 영국도 유로화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유럽 재정 위기 당시, 유로존은 동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영국의 파운드화는 견고했다.
이런 영국이 유로존 가입 거부에 이어 EU 탈퇴를 놓고 23일 국민투표를 치른다. EU 탈퇴론에 대해 전혜원 국립외교원 유럽·아프리카연구부 교수 “최근 몇 년간 경기 침체, 긴축 재정, 이민자 증가 등으로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유럽 회의주의로 이어졌다”면서 “이에 편승한 영국독립당이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한 것도 EU 탈퇴론이 부상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원국에서 EU로 지나치게 많은 주권이 이양돼 되찾아 와야 한다는 주장이 집권당인 보수당에서 커진 것도 한몫했다.
아울러 EU 회원국 출신의 영국 내 이민자 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이들과의 일자리 경쟁, 복지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부담 문제 등으로 불만이 증대된 것도 브렉시트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볼 때 영국의 EU 탈퇴는 득보다 실이 많다. 영국은 EU 탈퇴 시 최대 교역상대국인 EU 시장(2015년 수출비중 43.7%, 수입비중 53.1%) 및 EU와 무역협정을 체결한 비EU 시장(53개 경제권)에 대한 무역장벽이 강화돼 대외교역이 위축될 전망이다.
EU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영국의 지역별 수출비중은 EU 43.7%, 미국 18.6%, 중국 3.7%다.
특히 영국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금융서비스산업의 경우 탈퇴 시 비관세장벽이 높아져 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EU 내 외환거래의 78%, 장외시장 이자율파생상품 거래의 74%를 점유하는 등 국제금융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부가가치는 영국 GDP의 7%를 차지한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왔을 때, 파운드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등 유로존 미가입으로 영국은 겉으로 볼 때 남는 장사를 했다.
EU 위상약화를 알면서도 유로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영국. 그들은 유럽대륙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며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영국인의 자존심이 브렉시트로 연결될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