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동석 기자] 수산업계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현행대로 시행되면 연간 1조1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관련 업‧단체 간담회’에서다.
수협조합장들이 2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정한 금지대상 품목에 수산물을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수협중앙회> |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연간 수산물 총 소비액은 8조8803억원이다. 최근 3년간 수협의 수산상품 매출액은 연평균 336억원으로 이 가운데 70억원인 21% 가량이 설(12%)과 추석(9%)과 같은 명절기간에 집중 판매됐다.
이를 토대로 명절 수산물 매출액을 추정하면 1조8648억원(연간 수산물 총 소비액×수협 명절기간 판매 점유율)가량의 수산물이 명절기간에 팔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명절기간 수협이 판매하는 수산물 선물세트 503개 품목 중 5만원 이상의 상품은 전체 60%인 302개 품목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명절 수산물 선물 판매분이 60%까지 급감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수산상품 피해 추정액을 산출해 보면 최대 1조12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수협은 ▲먹거리 원재료인 수산물이 업무 청탁을 위한 뇌물로 사용되기 어려운 점 ▲수산물 선물세트는 고수익, 고품질 수산물 생산을 위한 산물인 점 ▲시판되는 수산물 선물세트 60%이상이 5만원 이상을 차지하는 점 등을 들어 김영란번의 금지대상 품목에서 수산물을 예외로 설정하거나 수산물의 특수성을 반영해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품 수수 대상을 넓히고, 선물 한도 기준을 정하는 청탁금지법이 도입되면 ▲수산물 소비 위축 ▲어가소득 감소 ▲수산업 경쟁력 악화라는 시나라오가 현실화 될 공산도 커진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근해 수산물을 생산하는 92곳의 수협조합장들은 전국 어업인을 대표해 이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청탁금지법 금품대상의 수산물 적용 제외를 위한 건의문’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조합장들은 건의문에서 “국내 수산업은 수산업 인구 감소, 수입 수산물 개방 압력, 중국 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로 생사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그대로 도입된다면 이같은 암울한 현실을 더욱 부채질 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오는 9월 28일 도입을 앞둔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법 적용 대상자를 광범위하게 확대하고 식사비, 선물, 경조사비를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 한도로 정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선물 한도액을 5만원으로 정한 이같은 시행령은 “현실에서 5만원 미만대의 선물을 찾기 어렵고,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고품질 수산물 생산 정책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