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매력 측면에서 온도차 커
[뉴스핌=이광수 기자] 사겠다는 곳이 나올까.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을 바라보는 증권가 시각이 다소 비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3일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그 후 한 달 이상 지났지만 '설'조차 뜸하다. 현대중공업이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을 연내에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증권가에선 연내 매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본전 생각나는 가격
가장 주요한 요인은 가격이다.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지급한 대금은 7050억원. 여기에 유상증자 4111억원을 포함하면 총 1억1161억원을 하이투자증권에 쏟았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하이투자증권 매각가는 5700억원.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1분기 말 자기자본은 7139억원이다. 여기에 주당순자산배율(PBR) 0.8배를 적용한 가격이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PBR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 의미한다. 상장사가 아닌 하이투자증권의 PBR 0.8은 중형사인 하이투자증권의 규모와 업력, 경영권 등을 고려한 수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PBR 0.8배도 과대 평가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을 비롯한 현재 국내 상장 증권사 10곳의 올해 평균 PBR은 0.67. 현재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등 증권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에 PBR 0.8배는 후하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나쁠 때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PBR이 0.5에서 0.3배까지 적용된 적이 있다"며 "인수 후보로 거론된 한 증권사에는 PBR 0.3~0.4를 적용한 2000억원대면 고려해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하이투자증권 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재무 개선 효과 크지 않아
물론 낮은 가격이라도 팔아서 급한 유동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장부가 보다 낮게 팔게 되면 장부상 손실로 산정돼 매각 취지가 퇴색된다.
지분구조도 매각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하이투자증권을 소유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이 하이투자증권 지분의 85.32%를 갖고 있고, 현대중공업이 하이미포조선의 지분 42.34%을 갖고있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현재 지주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보유한 현대미포조선의 지분(42.34%) 만큼만 하이투자증권 매각 대금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가령 하이투자증권이 1조원에 매각됐다고 하더라도 현대중공업은 4200여억원의 매각 대금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매력 요소 찾기 힘들어
매각 발표 초기 시장에서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된 곳은 BNK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다. 이들은 모두 자기자본을 늘려 사업 다각화를 꿰하고 있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인수 가능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신한금융투자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었다.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 2조4760억원에 하이투자증권 자기자본을 더하게 되면 3조원 이상의 대형 IB의 반열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3조원이 넘으면 종합금융투자사업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연내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한금투의 인수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금투 입장에선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돈으로 유상증자를 하는게 낫다고 보고 있다"며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좀 더 큰 잠재적 매물을 기다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BNK투자증권 역시 규모를 늘릴 방법을 고심중이나, 부산과 울산, 경남 등에서 많은 영업점을 갖고있는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게되면 비즈니스 영역이 겹친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 역시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더라도 자기자본 3조원에 미치지 못해 굳이 인수할 이유가 있겠냐는 관측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이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증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실적도 현대증공업이라는 캡티브 마켓(계열사 내부 시장)을 갖고 있어서 가능한 것인데, 이 시장이 없어지면 지금까지의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도 매각에 대한 의지가 사실 그리 강하지도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