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이탈리아, 스페인 등 곳곳 관심
저렴해진 런던 명품 사러 가자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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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계기로 파운드 값이 폭락하면서 런던 부동산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해외 부동산 쇼핑에 적극적인 중국인들의 사이에서 매수 관심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7~8년 동안 투자가 꾸준히 몰리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판단과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때문에 영국 부동산 시장에서 조금씩 발을 떼고 있었는데, 한 동안 시들했던 이 시장이 브렉시트 결정 이후 투자자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면서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 런던 부동산 다시 '들썩'…배경은 차이나머니
런던 켄싱턴지역 주택 <출처=블룸버그> |
28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 제공업체 리얼캐피탈 애널리틱스의 자료를 인용, 올 1분기 영국 상업부동산 시장 내 아시아계 투자 금액은 1년 전보다 28%가 줄었고, 상업 및 주거용 부동산 시장 내 총 투자 액수도 지난해보다 2%가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결정 직후 파운드가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하면서 부동산 가격 메리트가 고조되자 투자자들이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토지등기소(land registry)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4월 런던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14.5% 올라 평균 47만25파운드(약 7억2815만원)을 기록했지만 파운드 약세로 외국인들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 달러 대비 파운드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 국민투표 이후 자유낙하해 30여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
영국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해외 투자자들은 비단 중국인 뿐만이 아니다.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영국 내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중국, 중동,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매입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 1년 추이 <출처=블룸버그> |
◆ 차이나머니, 일본 가려다 런던으로 ‘유턴’
지난 몇 년 동안 뱅쿠버와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등 해외 대도시에서 부동산 사재기에 나서며 시장 가격을 끌어 올렸던 중국인들의 경우 최근까지 엔화 약세로 일본에 관심을 보이다가 브렉시트로 환시 상황이 급반전 하면서 런던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일본 부동산 시장을 눈 여겨 보던 중국 선전 출신 고액자산가 주 메이씨는 엔화가 100엔 수준까지 치솟고 파운드가 고꾸라지자 런던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내 친구들 상당 수가 이미 자녀 교육을 이유로 영국이나 미국에 부동산을 매입한 상태”라며 “런던은 장기적으로 투자금을 묻어 두기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소재 부동산 중개 웹사이트 주와이닷컴은 지난주 영국 부동산 매물에 관심을 보인 중국 투자자 수는 전주 대비 두 배가 늘었다고 밝혔다.
WSJ 지는 영국 오피스 존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상당한 큰 손으로 떠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2014년 초부터 올 1분기까지 중국 기업들은 런던 상업 부동산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투자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총 매입 금액은 58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쇼핑은 영국 외 지역에서도 여전히 활발한 모습으로, 주와이닷컴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 문의의 40% 정도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 관한 것이고, 호주 주택시장 문의도 3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 마냥 낙관은 '금물' 경고도
해외 투자자들의 높아진 관심으로 영국 부동산 시장 반등 기대감이 조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장밋빛 미래를 그려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대형 글로벌 은행들을 비롯해 대기업들이 영국을 떠나려 하고 있으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진 점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영국 부동산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의 경우 파운드 가치 하락으로 주택가치 하락과 임대 수익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런던이 브렉시트 때문에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편견 때문에 오히려 싱가포르나 홍콩, 호주 부동산 시장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상업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 아태지역 리서치 대표 핸리 친은 “자본은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를 찾아 움직인다” 며 “성숙한 선진 시장의 투자 매력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인들은 런던 부동산 외에도 현지 명품에도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운드화 가치 폭락 직후 여행 예약 애플리케이션 '씨트립닷컴(Ctrip.com)'에서 중국인들의 런던 여행 검색이 급증했으며 중국어 뉴스사이트 '피닉스'는 런던에 오면 명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