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여론 부담 커져
[뉴스핌=강필성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16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던 당시 일본 롯데그룹 내에서는 ‘원롯데·원리더’라는 말이 거론됐다. 이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운영돼 온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사실은 하나의 롯데이며 하나의 리더를 두었다는 선언이다.
향후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의 시너지가 본격화 되리라 기대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롯데그룹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부터 최근 일련의 검찰 수사까지. 이러는 사이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아직까진 걸음마에 그치고 있다. 본격적인 ‘원롯데·원리더’의 효과는 갈길이 먼 셈이다.
13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현재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의 사업적인 접점은 일부 계열사로 제한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바로 롯데제과다. 일본의 (주)롯데는 지난해 말 롯데제과의 자사주 0.9%를 323억원에 사들인 뒤, 롯데제과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7.83%를 확보하는 등 총 9.89%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양사의 사업협력을 위해 지분을 매입하고 나선 것.
실제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올 상반기부터 일본 롯데가 진출해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유통망을 활용해 빼빼로 등의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더불어 한국 롯데제과는 일본 롯데의 제품 ‘코알라마치’를 인도·러시아·호주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태국 방콕에 오픈을 준비 중인 롯데면세점은 한·일 롯데의 공동투자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동남아에 강점을 지닌 일본 롯데와 국내 롯데면세점이 협력하는 형태다.
다만, 현재까지 이 외에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초 한·일 롯데의 통합 사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런 성과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형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승리를 거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실제 현재까지 양국 롯데는 아직 ‘원롯데’가 아니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롯데정책본부는 국내 롯데 계열사의 현안을 다루는 곳으로 일본 롯데의 사업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롯데정책본부가 일본 롯데 수뇌부의 지시를 받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양국의 롯데그룹이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원롯데’의 시너지가 나기 위해서 신 회장의 역할과 판단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외변수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 취임한 직후 반기를 들고 경영권 회복에 나선 그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 경영권 분쟁의 본무대는 국내가 아니라 일본이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지배지분을 확보한 뒤 롯데홀딩스의 이사회 전복을 추진하는 것. 이 과정에서 특히 2대 주주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재 2조원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마저 나온 상황이다.
현재까지 일본 롯데 내 신 회장의 위치는 공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총 세 차례 열린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은 모두 부결된 바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이 신 회장이 당초 구상한 한·일 통합 경영을 실현하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내 여론의 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사업을 벌이기 힘들어 졌고 동시에 국내에서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신 회장이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 당시에도 롯데그룹이 ‘한국의 롯데’라는 점을 상당 시간을 들여 설명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검찰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 중이다. 일본 롯데 측은 검찰에 L투자회사의 주주구성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주주의 반대를 이유로 거부하는 등 사실상 선 긋기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분쟁과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당분간 한·일 롯데그룹의 통합경영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의 칼끝이 신 회장 등 오너일가를 겨누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해진 만큼 롯데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신 회장의 한·일 통합 경영의 꿈도 당분간은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