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시장 전반 파장에 촉각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국채 수익률이 기록적인 하락을 지속한 가운데 또 한 차례 이변이 발생했다.
독일이 사상 처음으로 10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한 것.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었지만 실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로화<사진=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은 이날 40억3800만유로 규모의 10년 만기 제로 쿠폰 국채를 마이너스 0.05%에 발행했다.
투자자들은 10년간 해당 국채를 보유할 때 본래 매입한 금액보다 0.05% 적은 자금을 상환하게 된다는 의미다.
기존에 발행한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미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한 상태다. 이날 장중 수익률은 마이너스 0.14% 내외에서 거래됐다.
이른바 ‘서브 제로’ 수익률로 떨어진 전세계 채권이 12조달러를 향해 늘어나는 가운데 또 한 차례 기록이 발생한 셈.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국채 발행을 이미 예상했지만 독일 10년 만기 국채는 유럽 금융시장 전반의 벤치마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하고 있다.
독일 10년물을 근간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채권을 중심으로 이날 발행 결과에 따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일부 유럽 국가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단기물 국채를 발행한 바 있고, 스위스와 일본이 10년물 국채를 ‘서브 제로’에 매각했지만 독일 10년물이 갖는 의미와 파장은 훨씬 크다는 것.
또 이번 기록은 마이너스 수익률이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 지배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서 바닥을 뚫고 떨어진 선진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로 인해 또 한 차례 가파른 하락 압박을 받았다.
다니엘 로니 알리안츠번스타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날 독일 10년물의 마이너스 수익률 발행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반영하는 결과”라며 “이는 매입 후 보유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는 수익률인 만큼 투자자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역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반적인 채권 수익률이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지속할 경우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선진국 국채를 필두로 수익률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시장 질서와 정책 근간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ECB의 QE 프로그램을 둘러싼 문제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