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등 13개국과 회동 추진…북한 리용호 외무상 데뷔전
[뉴스핌=이영태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23일 라오스로 출국한다.
이번 아세안 다자회의는 올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리용호 북한 신임 외무상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 외교수장들이 처음으로 모두 모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6자회담 당사국과 아세안 등 27개국이 가입한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협의체로 북한은 매년 ARF 외교장관회의에 외무상을 파견해왔다.
이번 회의의 관전포인트는 한·미 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고, 국제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 등으로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강력한 대북압박과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다. 정부는 이번 아세안 관련회의의 의장국이 북한과 친한 라오스라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진=뉴시스> |
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오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 이날 한·메콩 5개국 외교장관회의를 필두로 25일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26일 아세안+3(한중일)·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ARF 외교장관회의에 잇달아 참석한다.
외교부는 이번 아세안 다자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아세안 국가 외교장관들과의 양자 회동도 추진하고 있다. 조준혁 대변인은 "(윤 장관은 이번 회의 기간 중)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13개 국가와 양자 회담 혹은 환담을 추진 중"이라며 "예년보다 훨씬 많고 빡빡한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사드 배치 확정과 관련, 윤 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 간의 회동 여부도 관심이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경우 사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이번 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외교부는 25∼26일 아세안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및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의 회동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 신정부·신지도부가 출범한 아세안 국가 외교장관들과의 양자 회동도 추진중이다. 특히 미얀마 문민정부 외교장관으로 입각한 아웅산 수치 장관과의 회동은 성사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라오스 다자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신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사드·남중국해 정국을 이용해 한미일 대(對) 북중러 간 냉전구도를 강화시키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 처음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모이는 아세안 다자무대인 만큼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를 이용해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기 위한 북한의 총공세가 예상된다"며 "북한이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밝힌 것처럼 주한미군 철수 선포 등 이른바 5대 조건을 내세워 '한반도 비핵화' 얘기를 꺼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은 지난 6일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조선반도 비핵화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우리의 원칙적 요구부터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북한의 다섯 가지 요구사항은 ▲남한 내 미국의 핵무기 모두 공개 ▲남한 내 모든 핵무기 및 기지 철폐와 검증 ▲미국의 핵타격수단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는다는 보장 ▲북한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불사용 확약 ▲핵사용권 가진 주한미군 철수 선포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