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블건전 영업 방지" vs 은행권 "정상영업 규제"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당국이 공직자 부패방지법(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은행권에도 '유사 김영란법' 카드를 꺼내들자, 은행권에선 '정상영업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난 6월말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 7월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시중은행이 고객에게 고가의 식사나 상품권 등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한 것. 앞으로 은행에선 고객에게 3만원을 초과하는 물품이나 식사, 20만원을 넘는 경조비를 제공할 수 없다.
또한 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만약 은행이 고객에게 금전·물품·편익 등(경제적 가치가 3만원 이하인 물품·식사 또는 20만원 이하의 경조비·조화·화환을 제외)을 제공할 경우에도 미리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제공한 날부터 5년간 제공목적, 제공내용, 제공일자 및 제공받는 자 등에 대한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이 규정을 어기면 은행은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게 된다.
은행업감독규정 제29조의3(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의 ①-2호에선 은행이 은행이용자에게 은행업무 등과 관련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기 전에 이사회 의결(외국은행지점의 경우 국내 대표자의 승인)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가 은행법에 이 같은 신설 조항을 마련한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거래 성사 등을 목적으로 일종의 로비를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을 위반하면 은행에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해당 직원의 경우 견책, 감봉 등의 인사상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 <사진=김학선 기자> |
하지만 은행의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조항에서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정상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자칫 '은행 길들이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그동안 강조해 온 규제개혁이 관치금융으로 퇴색되고 일각에선 음성적인 문화만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도 "정상영업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금융위에서 은행법 개정을 통해 마치 은행이 앞장서는 보여주기 정책의 전형"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규제 개혁의 카드를 들었던 금융위가 오히려 정상적인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법을 개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은행 수익에 많이 기여한 고객에게 이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그간 은행에서 유지해 왔던 영업방법에 큰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며 "고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법에 의해 역차별의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상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VIP고객이나 대형거래처를 유치해야 할 때는 부득이 상한선을 초과할 수밖에 없을텐데 결국 음성적인 문화만 부추기는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강조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