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손실반영, 평판리스크 모니터링에 시간 필요
[뉴스핌=백진규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한항공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눌려있던 주가도 오르고 신용등급(BBB+)도 상향 조정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한항공은 2013년부터 유상증자, 영구채 매입 등의 방식으로 계열사 한진해운을 지원해 왔다. 그 결과 2008년부터 유지해오던 ‘A0’ 신용등급이 2014년 ‘A-‘로 하락하고 올해 3월 다시 ‘BBB+’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 신용평가서 첫머리에는 항상 한진해운이 등장했다. ‘한진해운과의 신용공여 위험 확대’, ‘한진해운 신용위험 상승에 따른 지원위험성과 부담‘ 등은 대한항공의 영업능력과 무관하게 신용등급에 영향을 줬다.
국내 항공운송실적 증감률 <자료=한국신용평가, 한국공항공사> |
반면에 대한항공 자체적으로는 실적 개선을 이어왔다. 2013년 180억원 손실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4년 3725억원, 2015년 8592억원으로 올랐다. 국제유가 환율 하락으로 비용은 줄어들고 영업환경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8월 31일 오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시장은 이를 대한항공의 호재로 받아들였다. 31일 3만1550원이던 대한항공 주가는 이틀 뒤인 2일 10.9% 오른 3만5000으로 마감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더 이상 한진해운 리스크가 작용하지 않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영업환경도 우호적이어서 2017년까지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당분간 대한항공 신용등급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1일 평가서에서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국신용평가도 2일 기존 등급과 전망을 유지했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앞으로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등급 및 전망의 개선 여지가 있다”면서도 “기존 지원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의 상쇄,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일 한진해운 영구교환사채(EB)거래 등으로 764억원 규모의 파생상품거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김용건 실장은 앞으로도 500억원 정도의 추가 손실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592억원으로 3년 연속 2분기 실적 적자였던 상황을 반전시켰다. 전통적으로 2분기는 항공업계의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부채비율은 1100%가 넘어 원리금 상환능력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 김봉균 연구원은 “수년간 지원을 이어오면서 누적된 재무부담으로 인해 현금 창출력 대비 채무가 많다”며 “계열사 법정관리에 따른 대외 신인도 등 무형적 요소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A’등급으로 복귀하려면 전반적인 펀더멘털 개선이 필요한데, 한진해운 리스크를 줄인 것 만으로 당장 신용등급에 반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