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배제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14일(현지시각) 블로그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를 활용하는 가능성을 포함해 대체할 수 있거나 보완적인 접근법을 배제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브루킹스 인스티튜션에서 자문역을 담당하고 있는 버냉키 의장은 "중앙은행이 다음 침체기 동안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 정책담당자에게 의지할 수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이 보장될 수 없고 현재의 낮은 금리 여건이 지속할 수 있어서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은 정책 체계의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벤 버냉키 <출처=블룸버그> |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은행에 자금을 맡기는 예금자에게 비용을 부과하거나 국채 채권자가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제도다.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이미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는 11조 달러에 달한다.
연준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이미 2010년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말까지 약 7년간 제로(0)금리를 유지해 온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이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논의가 다시 부각된 것은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이 낮은 금리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0.25~0.50%로 경제 충격이 왔을 때 전통적인 수단으로선 부양책을 쓸 여지가 크지 않다.
일부에선 변화한 상황에 맞게 물가목표치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2%인 중기 물가 목표를 올려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버냉키 전 의장은 "연준은 물가 목표치를 높이겠다고 언제든 발표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물가 기대가 따라 변하지 않는다면 연준의 실질 금리를 낮추는 여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편리하다는 게 버냉키 전 의장의 견해다. 미국 공화당은 연준의 물가 안정 및 완전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부정적이며 연준이 물가 안정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정치적 영역에서도 마이너스 금리는 상당히 경제 여건이 역으로 갈 때만 일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양적 완화처럼 마이너스 금리 시기는 충분히 동기가 부여되고 설명될 경우 정치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