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부지면적·기반시설·거주지역 등 국방부 기준 충족
[뉴스핌=이영태 기자] 국방부가 30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대체 부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을 확정, 발표했으나 김천시민 등 지역주민과 원불교의 반발·,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의 반대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7월13일 경북 성주 성산포대로 사드 배치 지역을 결정한 이후 성주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79일 만에 '성산포대가 사드 배치 최적지'라는 발표를 번복하고 성주골프장으로 결정했다.
국방부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대체부지로 확정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을 가리키는 안내판.<사진=뉴시스> |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공동실무단은 8월27일부터 9월27일까지 한 달 동안 해당 지자체와 협조하고 환경·토목·전자파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부지 가용성을 평가하였다"며 "(까치산, 염속봉산, 달마산) 3개 부지에 대한 평가결과 성주 스카이힐 골프장(성주골프장)이 위치한 달마산이 부지 가용성 평가기준을 가장 충족한 것으로 나타나 한미 국방부는 이곳을 최종적인 주한미군 사드(THAAD) 체계 배치부지로 결정하였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0 군 당국이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확정한 이유는 기반시설과 주민 안전성 등에서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성주골프장은 국방부가 사드 부지 선정 기준으로 제시한 ▲작전 운용성 ▲주민·장비·비행안전 ▲기반%9 등에서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성주골프장은 국방부가 사드 부지 선정 기준으로 제시한 ▲작전 운용성 ▲주민·장비·비행안전 ▲기반시설 체계 운용 ▲경계보안 ▲공사소요 및 비용 ▲배치 준비기간 6가지 항목을 대부분 충족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성주골프장은 진입로와 전기·수도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대규모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부지 면적도 성산포대보다 넓어 레이더와 포대를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골프장이 보유한 터는 178만㎡로 성산포대 면적(11만6584㎡)보다 15배 이상 넓다. 18홀 골프장은 96만㎡이고 나머지 82만㎡는 롯데가 골프장 추가 조성을 위해 매입해 둔 임야다.
성주읍과 가까운 성산포대에 비해 주변에 민가도 적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성주포대는 가까운 성주읍에 1만4000여 명이 거주하고 반경 1.5㎞ 안에 성주 인구 절반에 가까운 2만명이 살고 있어 주민들 반발이 거셌다. 반면 성주골프장 주변으로는 김천시 남면 월명·부상·송곡리와 농소면 노곡·연명·봉곡리에 21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성주골프장은 해발고도가 680m로 성산포대(해발 383m)보다 300m 정도 높다. 사드 레이더는 최소 5도 이상 하늘 쪽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전자파가 지상까지 미칠 위험이 없어 인근 주민들이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 김천시민·원불교 반발…중국·러시아 반대도 극복해야
우여곡절 끝에 사드 부지가 성주골프장으로 확정됐지만 한미 양국이 풀어야 난제는 아직도 산적하다.
우선 김천 지역주민들과 원불교 종단의 반발이 만만찮다. 성주골프장은 북서쪽으로는 김천시 농소면·남면 등과 1.5~5㎞ 정도 떨어져 있고, 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와는 7㎞ 떨어져 있다.
박보생 김천시장과 배낙호 김천시의회 의장은 지난 27일부터 사드 배치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면서 단식 투쟁에 나서고 있다.
김천 시민들도 이미 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을 시작했다. 나영민·박우도 공동투쟁위원장과 시민 10여 명은 지난 24일 항의차원의 도보투쟁단을 만들어 국방부까지 도보로 이동중이다. 황인무 국방부 차관과 국방부 관계자 등이 이날 오전 언론 발표보다 앞서 경북도와 성주군 등 해당지자체를 먼저 찾아 설명을 한 것도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원불교도 종단 차원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공식 입장으로 천명했다. 원불교 성주 성지는 성주골프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 이내에 위치해 있다. 지역 주민 외에 설득 대상이 늘어났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천 시민들과 원불교측의 양해를 구한다 해도 부지 매입 비용과 절차 등이 남아 있다. 성주골프장 부지 시세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성주골프장 부지를 매입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롯데 측으로부터 성주골프장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는 수도권 토지를 맞교환하는 '대토'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을 매입할 경우 거액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만큼,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경우 야권의 사드배치 반대 기류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성주골프장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해야하는 절차적인 과제도 남아있다. 다만 국방부가 예외조항을 담은 환경영향평가법 제10조를 앞세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 부지 배치 확정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으나, 최근 부지 선정 갈등이 이어지면서 다소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당장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사드 부지가 발표되자마자 "주변 국가들과 자국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 한국은 고집대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로 한국의 앞길에는 곳곳이 불구덩이가 생겼다"고 경고했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가 배치될 경우 이에 따른 전략 안보 균형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외교부를 통해 반대 입장을 발표했던 중국이 국방부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경우에 따라 군사적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당장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본격적인 사드 배치 실무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도 한결 단호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신규 대북제재 결의에 지난 3월 채택된 2270호의 예외조항, 특히 북한의 민생을 이유로 허용해줬던 석탄과 철광석의 대중국수출 등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빈틈을 메우려 하고 있어 당사국인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나, 이 과정에서 중국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