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분할해 지주사 전환..사업회사는 계열사 지배
시장 예측과 유사..오너는 지주·사업회사 각각 보유
[뉴스핌=황세준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레터를 보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기업분할 하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을 제안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기업분할 및 합병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점쳐졌던 내용이다. 엘리엇은 레터의 첨부자료를 통해 이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지주회사 <레터 첨부자료 캡쳐> |
우선,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삼성홀드코)와 사업회사(삼성옵코)로 분리하고 삼성홀드코가 삼성옵코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한다.
곧,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는 분할을 통해 일부는 삼성옵코에 대한 삼성홀드코의 지분이 되고 나머지는 삼성홀드코의 자사주가 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삼성홀드코와 삼성옵코 지분 각 4.91%를 보유해 지배하고 삼성홀드코가 자사주와 삼성옵코 지분 각 12.87%를 갖는다. 삼성홀드코 밑에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중공업, 신라호텔 등을 둔다.
엘리엇측은 "삼성홀드코는 삼성옵코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개매수 절차(삼성홀드코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를 통해 삼성옵코에 대한 지분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홀드코는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해 확장된 규모의 통합 삼성지주회사를 형성한다. 통합 삼성지주회사는 삼성옵코에 대해 1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합병 전 삼성홀드코가 삼성옵코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절차를 진행해 지분을 늘리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다.
공개매수를 통해 삼성홀드코가 삼성옵코에 대한 지분율을 늘린다면 삼성지주회사의 삼성옵코 지뷴율도 달라진다.
통합 삼성지주회사는 삼성옵코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지분율도 19.3%가 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옵코 지분을 7.4% 보유한다. 삼성생명은 아울러 삼성화재 지분 15%, 삼성증권 지분 19.2%, 삼성카드 지분 71.9%를 갖는다.
단, 통합 삼성지주회사가 출범시 과거에 형성된 순환 출자 및 상호 출자 구조를 해소시키는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홀드코를 삼성일반지주회사와 삼성금융지주회사로 분할해 삼성그룹의 주요 비금융 계열회사들에 대한 지분은 일반지주로, 핵심 금융 계열회사들의 지분은 금융지주로 집중시킬 수 있다.
엘리엇측은 "이같은 방안이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을 분리하고 순환 출자 및 상호 출자 구조 해소로 경영 투명성을 제고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규제 요구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의 구체적 제안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예상되는 대부분의 과정이 엘리엇의 제안에 포함됐다고 진단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스스로 내세우기 힘들었던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전환 명분을 세워준 격"이라며 "이번 엘리엇의 제안은 삼성그룹에 실보다 득을 더 많이 안겨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양쪽의 갈등 요인이 되기보다는 지배구조개편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커 삼성전자 주식 보유 비중을 대폭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