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엔 호재...30조원 특별배당 요구는 무리"
[뉴스핌=정탁윤 백현지 기자] 월가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알려진 엘리엇이 지난해 삼성물산에 이어 이번엔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엘리엇이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것과 30조원의 특별 현금배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삼성측에 전달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속도에 탄력을 더해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추진중인 인적분할에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주가엔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30조원의 특별배당 지급은 다소 무리한 요구란 해석이 높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6일 "지배구조개편에서 삼성이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분의 과정이 엘리엇의 제안에 포함됐다"며 "결론적으로 엘리엇은 삼성이 스스로 내세우기 힘들었던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전환 명분을 세워준 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그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위해 대규모 주주친화정책을 예상했기에 걸림돌이 되기보다 결국 삼성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규모, 정책, 스케줄의 문제로 판단한다"며 "삼성지배구조 개편 수혜주 중 삼성전자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엘리엇의 제안은 지난해처럼 엘리엇이 삼성을 곤혹스럽게 하기보다는 결론적으로 도와준 셈이란 풀이가 많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번에는 엘리엇이 적대적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삼성이 큰 틀에서 원하는걸 얘기해준 것 같다"며 "주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로서 이런것이 괜찮다는 걸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것이 삼성전자가 의도한 방향이라면 서로 윈-윈하는것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주주입장에서 엘리엇의 이번 제안이 나쁠 것 없단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한 펀드매니저는 "모두가 삼성전자 분사 생각은 하고 있는데 사실 엘리엇 주장대로만 되면 주주 입장에선 대박"이라며 "삼성과 엘리엇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30억원의 특별배당 요구 등은 삼성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지나친 요구란 분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 주장이 좋은 의도들이긴 한데 그대로 따른다면 휘둘린다는 느낌이 든다"며 "삼성그룹입장에서는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데 외부 압력에 의해 움직인다는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다"고 해석했다.
이어 "삼성도 지금 약속대로 자사주 매각도 하고 있고 주주 입장에선 오히려 박수쳐줘야 할 때"라며 "삼성그룹도 즉각 대응하지는 않을 것 같고 자기 페이스에 맞춰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개장과 함께 삼성전자 주가는 4% 넘게 급등, 사상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관련주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