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충전에 따른 배터리 이상현상 가능성 및 배터리 공간 문제 지적
[뉴스핌=김신정 기자] 삼성전자가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교체에도 불구하고 발화사고가 계속 이어지면서 생산ㆍ판매가 전면 중단되는 비운을 맞았다.
갤럭시노트7은 발화 사고가 처음 발생했을 때 일체형 배터리 결함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공급처를 바꿔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에서도 발화 사고가 잇따르자 설계 오류 등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한국국가기술표준원 등 관계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갤럭시노트7의 교환품 판매와 교환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시장에서 발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기존 판매된 갤럭시노트7의 리콜을 발표하며 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배터리 안의 분리막에서 음극과 양극의 접촉이 생겨 발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환된 신제품 갤럭시노트7에서도 발화사례가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원인진단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탈착형 대신 일체형 배터리를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부터 탑재하기 시작했다. 갤럭시노트7은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전작 3000mAh에서 3500mAh로 대거 확대했고, 고속충전과 무선충전도 가능하게 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딜라이트샵에 갤럭시노트7 광고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하지만 이런 배터리 변형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며, 배터리 구조, 두께, 리튬 함유량 등에 따라 폭발력과 발화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배터리 안정장치인 BSM(배터리 시스템 매니지먼트)도 새로운 모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배터리 발화사고 초기, 관련업계에선 배터리에 대한 완벽한 시험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납기 일정에 쫒기다 보니 개발완료가 덜 된 상태에서 제품이 출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의혹을 일축시키기 위해 기존 계열사 배터리에서 중국 제조업체 배터리로 교체해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거나 재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또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자 이제는 갤럭시노트7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을 제조할 시 디자인을 먼저 짜놓고 배터리 등의 부품을 끼워 넣는게 일반적인 순서"라며 "용량이 커진 배터리를 넣기에는 휴대폰 내 공간이 작아 제 성능을 내기에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갤럭시노트7 배터리의 급속충전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작인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의 배터리 충전하는데 4시간이 걸렸다면 이번 갤럭시노트7은 20분이면 충전이 완료되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급속충전은 충전시간을 앞당기는 대신 배터리에 무리를 많이 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리튬 배터리에 강한 열이 발생하면 갑자가 산화가 일어나 폭발 위험성이 있는데, 전류를 내려 온도를 낮춰줘야 한다. 이때 온도 제어장치가 작동한다. 하지만 급속충전에서 전류를 내리기는 쉬운일이 아니며 이 과정에서 아직 완벽한 기술력이 발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 대응책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에서 새로운 제품 디자인을 하기에는 오랜시간이 걸리고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