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의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시정연설을 통해 전격적으로 ‘임기 내 개헌’ 카드를 꺼내면서 정국이 급격히 개헌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날 대통령의 시정연설 취지는 내년 예산안에 대한 것이었지만, ‘임기 내 개헌’ 한 마디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 달라고 말해왔다”고 전제한 뒤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 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개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청와대는 임기를 1년 여 밖에 남겨두지 않은 최근까지 정치권에서 나오는 개헌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개헌 추진 발표에 대해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그동안 개헌 논의를 반대한 것은 개헌을 조기에 추진할 경우 이슈가 집중되면서 국정추진 동력을 상실해 조기레임덕이 올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진석 원내대표가 “언제든 개헌논의를 할 수 있다”면서 독일식내각제를 모델로 거론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새누리당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음에도 청와대는 “때가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이에 대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6월초부터 논의가 있었고, 결국 박 대통령이 추석연휴가 끝날 무렵 최종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자신이)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지난 6월 초부터 개헌에 대한 방향 설정에 대해 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었다”며 “광복절 기념사에서 개헌 추진을 공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실화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곧바로 시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면서 “추석연휴 기간 많은 분량의 보고를 했고 연휴 마지막 무렵 대통령이 개헌준비를 지시해 각계각층 의견도 수렴하고 국회 분위기도 주시하면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전격적으로 ‘임기 내 개헌’을 선언한 것은 최근 여러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4·13총선 참패에 이어 박 대통령 핵심 참모진인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여기에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 관련 의혹에 이어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 의혹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국정운영 지지율이 사상최저인 25%까지 떨어져 국면전환 카드가 필요했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개헌은 방식과 시기가 문제 일뿐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여야를 떠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카드라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개헌카드는 (여러 의미로) 나름 적절한 카드”라면서 “(개헌에 대한) 정치권에 공감대가 있음에도 시기 등 여러 논란 때문에 적극적인 논의가 쉽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시기적 논란에도) 나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