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확대 동시에 주도 세력 및 인수 자산, 전략 변화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가 약 207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12% 늘어난 수치다.
외형 성장보다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중국 M&A의 주도 세력과 타깃 자산 및 전략에서 나타난 변화다.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중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과정에 기업 M&A의 성격도 과거와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중국 기업의 M&A가 제조업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자재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와 IT 기술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업종별로도 에너지에서 서비스업과 IT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미국 영화 스튜디오와 프랑스 패션 업체, 이탈리아의 축구팀에 이르기까지 최근 중국 자본이 흘러 들어간 업종은 불과 3년 전까지 호주 및 광산, 캐나다 에너지 업체에 투자가 집중됐던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M&A를 주도하는 핵심 세력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2013년 이전까지 해외 M&A에서 국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부동산과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 경기 하강과 자본 유출에 따른 위안화 평가절하를 우려한 민간 기업들이 해외 M&A를 주도하고 있다.
전략 측면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과거 적대적 M&A가 주류를 이뤘던 것과 달리 최근 중국 기업들은 고용 유지를 포함해 물리적인 측면보다 화학적인 결합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외형 확장을 우선시했던 과거의 전략에서 M&A를 통한 효과와 이후 계속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런던 로펌 링크레이터스의 니콜라 마요 파트너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중국 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보다 노련한 M&A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기업인들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경영의 틀이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JP모간의 글로벌 M&A 공동 헤드인 허만 크리스터나 역시 “지난 18개월 사이 중국 M&A가 크게 달라졌다”며 “중요한 것은 중국 기업들이 제시한 약속을 합병 이후 지켜낼 것인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정부의 규제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 M&A를 위해 풀어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최근 영국은 민감한 산업 부문의 대규모 해외 투자에 대해 새로운 감독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고, 독일을 포함한 그 밖에 유럽 정부가 중국의 자본 유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자본 유출 규제와 함께 일부 기업의 M&A를 좌절시켰다. 중국 기업들이 인수한 해외 기업을 국내 증시에 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 자본 이득을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차단한 것.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해외 자산 및 기술에 대한 중국 기업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M&A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