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뒷말 불가피
[뉴스핌=강필성 기자]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확산되면서 면세점 업계도 숨을 죽이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을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시내면세점에 입찰한 그룹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최순실이 주도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탓이다.
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신청서를 제출한 5개 대기업 집단 중 대부분은 지난 1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일정부분 기부금을 제출했다. 이들 재단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 주도해 설립한 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이들 재단의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업의 출연이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들 재단에는 삼성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이 기부금을 냈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선정 결과 발표 장면. <이형석 사진기자> |
현재 4개 그룹사 중 가장 불편해진 것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40억원을 기부했는데, 이중 호텔롯데는 면세점을 직접 운영하는 사업자다.
이 때문에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롯데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부가 롯데면세점을 밀어주기 위한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K스포츠재단은 롯데그룹에 추가 기부를 요구해 70억원의 기부금을 더 받았지만 이후 롯데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를 돌려줬다.
물론 이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롯데그룹이 사실상 ‘뜯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재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세간의 시선에 부담을 안게 됐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많은 출연금을 낸 삼성그룹의 입장도 편치 않다. 삼성그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125억원, 79억원씩 총 204억원을 출연했다. 삼성그룹에서 면세사업 계열사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공동출자한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이번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이밖에 워커힐 면세점으로 출사표를 던진 SK그룹은 3개 계열사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자했고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오픈을 추진 중인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를 통해 5억원을 기부했다.
물론 이들의 이런 기부금이 시내면세점을 대가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 재단에 기부금을 요구받을 때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더 주효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어떤 이권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이를 단칼에 거절 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겠냐”라며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대가가 아니라 최순실의 요구에 있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모든 면세사업자의 상황이 같은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현대백화점그룹이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 업체 중 유일하게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현대백화점그룹이 시내면세점 사업자에서 떨어져도, 붙어도 뒷말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면세업계가 때 최순실 게이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관세청이 심사 과정에서 여론을 고려한 판단을 한다면 면세업계의 심사 준비는 유명무실 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내면세점 심사 결과 발표 후 결과의 공정성에 대해 무수히 많은 뒷말이 나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는 관세청이 명확한 특허 심사 기준으로 역량있는 면세점을 선정해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