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에 따라 환율-금리 변동성 차이
[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8일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대선 이후 예상되는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 변화와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 두번째)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날 회의는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진행됐다. 장병화 부총재와, 김민호·윤면식·임형준·허진호·전승철 부총재보, 외자운용원장, 금융시장국장, 금융안정국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미 대선 결과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금융 및 외환시장 불안 시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철저한 대책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총재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면서 “금융 및 외환시장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필요 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할 것을 주문하셨다”고 전했다. 당국의 미세조정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이다.
미 대선 결과는 서울시간 기준으로 9일 오후 1~2시경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채권 및 외환시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베팅해놓은 상태다. 다만 지난 6월의 깜짝 브렉시트를 경험한 바 있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차기 대통령에 따라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시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과 일맥상통한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시장의 전망대로 12월에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연내 금리인상은 어려울 수 있다. 정책적 노선이 다르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높아질 수 있어 FOMC가 최대한 시장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얘기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외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114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다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변동성이 크게 확대돼, 달러/원 환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하 연구원은 “후자의 경우 금리인상 스케줄을 확인한 후 1150원대에서 더 오를 수도 있고 1150원 중반에서 멈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시장도 비슷한 반응이다. 힐러리 후보 당선 시 지금과 같은 조용한 장이 되겠지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시장이 강세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시장은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보고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로 트럼프가 정권을 쥐게 되면 안전자산 선호에 미국채 금리가 강세압력(금리하락)을 받을 수 있고 국내 채권시장에도 강세장을 끌어올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