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동석 김규희 기자] 5공의 매캐한 추억을 지워버린 1987년 6‧10 민주항쟁. 전두환 당시 정권은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무시한 채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고 학계·문화계·종교계 등은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2차 국민행동 및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아울러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축소 정황이 드러났고, 이한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 파편이 박혀 사경을 헤매게 되자 산발적이던 민주화 투쟁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로 집결했다.
이후 야당과 재야세력 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힘을 합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하나된 목소리를 외쳤고, 마침내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의 ‘6·29선언(직선제개헌과 시국수습특별선언)’을 이끌어냈다.
1987년 체제가 30년 가까이 흘렀다. 그런데 2016년 11월 우리 국민은 30년 전 6‧10 민주항쟁을 떠올리고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일가에 넘겼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은, 전두환 쿠데타 정권의 헌정 파괴와 오버랩 된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5일 광화문 광장 집회는 20만(주최 측 추산) 인파가 모였다. 전날 박 대통령은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정당성을 잃었다는 데 대한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선택 교수는 “이번 주말 집회는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비슷한 상황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통령 스스로가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특히 “야당이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해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야당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간접적 공범과 같다”고 일갈했다.
한국노총 김준영 대변인은 “6월 민주항쟁 때는 ‘직선제 개헌’이라는 줄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라는 구호 아래 응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대통령 퇴진’이란 목소리로 뭉치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 들어 있는 의도는 다양하기 때문에 이후 어떤 방향으로 갈 지는 의문”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6‧10 민주항쟁 당시 아줌마 부대가 시위대에 먹을거리를 건네고, 넥타이 부대는 사무실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창밖으로 던지며 합세했다. 시간이 돈인 택시기사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시위대를 응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종률 공보관은 “이번 시위의 줄기는 87년과 비슷하다. 다만 유탄유석(최루탄이 없으면 돌을 던지지 않는다) 무석무탄 공방이 난무하며 서울 도심이 연기로 자욱했던 것에서 벗어나 중고생들이 참여하고, 가족단위로 두려움 없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도 “완전하게 같다고 할 수 없지만 ‘대통령 퇴진’이란 한가지 목소리가 등장한 것은 6월 민주항쟁과 유사하다”며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4‧13 호헌조치와 같은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흐름이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