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0kWh 중위가구는 동결…한전 수입감소 1조원도 안돼 '지나친 배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정부가 수개월간 고심 끝에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을 내놨다.
'3단계 3배수 이내'를 기본 원칙으로 3가지 방안을 내놨는데, 누진제 원리에 충실한 1안과 현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는 2안 중에 각각의 장점 절충안 3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그림 참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가지 전기료 개편안을 24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하고 오는 28일 오전 10시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의 사실상 확정한 개편안(3안)을 보면 1구간은 필수사용량(200kWh), 2구간은 평균사용량(400kWh)을 기준으로 삼았다. 1단계는 현 1~2단계 평균요율(93원/kwh)을 적용해 상당부분 현실화했고, 2단계는 현 3단계 요율(188원/kwh)을 적용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1단계 요율 증가로 200kWh이하 868만가구의 요금이 최대 3760원 증가하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1단계 가구에 대해 4000원을 정액할인해줄 방침이다.
이 방안의 경우 한전의 수입은 9393억원이 줄어들고 1안은 8391억원, 2안도 9295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방안이 적용될 경우 여름철 '요금폭탄'은 일단 면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혜택이 300kWh 이상 다소비가구에 돌아가고 상당수의 중산층에 해당되는 200~300kWh 가구는 전혀 혜택이 없게 된다(표 참고).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방안보다 중산층의 요금인하 효과가 적고 후퇴된 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 안에서 한전의 수입감소액은 약 1조6000억원이다.
정부의 개편안을 보면 한전의 수입감소를 지나치게 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해와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웃돌고 내년 이후에도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국민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방안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누진제 개편도 부자가구에 혜택이 집중되고 중산층은 소외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이에 대해 김용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국장)은 "향후 에너지가격 변동 등을 감안할 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초 누진제 개편의 취지는 요금인하가 아니라 여름철 과도한 요금인상을 개선하자는 것이었다"면서 '부자감세론'을 경계했다.
하지만 향후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일부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저유가 상황에서 요금인하폭이 충분한 데도 정부가 한전의 입장만 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한전은 오는 28일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이해관계자들과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12월 중순까지 개정하고 내달 1일부터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