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레버리징 및 여신 감축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 강세에 따른 악순환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달러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섰고, 미국 은행권은 해외 여신을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달러화가 가파르게 뛰면서 월가 이코노미스트가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이른바 달러화 디레버리징이 이미 벌어지고 있고, 이는 내년 전세계 경제 성장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2조7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개혁이 맞물리면서 파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경고다.
각국 중앙은행이 제시하는 대출 금리와 은행간 대출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리보-OIS와 외환 스왑 사이에 두드러진 동조화가 달러화 디레버리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씨티그룹은 설명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던 두 가지 지표가 미국 대선 이후 뚜렷한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는 금융권의 달러화 자금 수요의 위축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자금 수요가 후퇴하는 조짐은 은행권의 디레버리징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승리하면서 달러화는 주요 바스켓 통화에 대해 3% 이상 급등했다.
특히 엔화에 대해 달러화는 13년래 최고치로 뛰면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달러화가 상승 추이를 지속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신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신흥국 기업들이 미국 대선 이후 회사채 발행 계획을 보류하거나 취소했다. 대선 이후 이머징마켓 채권펀드에서 자금이 빠져 나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면서 재정확대 정책을 본격 단행하는 한편 내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당초 제시했던 두 차례보다 공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달러화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씨티그룹은 미국 기업들의 해외 이익금 송환과 국채 발행 위축이 맞물릴 경우 달러화가 내년 더욱 커다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대선 이후 나타난 디레버리징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도이체바으늬 스티븐 젱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통상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이 재무제표를 개선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낮추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최근 나타난 현상은 일종의 연말 효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