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자본 A주 투자 일정 부분 제한
완커 노린 바오넝계 자본 경영권 쟁탈전 향방은?
[뉴스핌=이지연 기자] 중국 보험당국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도하는 보험자본에 처음으로 강력한 브레이크를 건다.
지분구조가 분산된 상장사의 지분을 대거 매수해오던 바오넝(寶能)계 자본 등 보험자본의 경영권 탈취 계획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13일 차이신(財新) 단독 보도에 따르면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는 조만간 ‘보험기관과 관련 인수 컨소시엄의 주식투자 감독관리에 관한 통지(이하 ‘통지’)’를 내놓을 방침이다.
통지에 따르면 앞으로 보감회는 보험자본의 일반 주식투자와 중대 주식투자를 구분해서 감독할 계획이다.
보험자본이 상장사를 인수하기 전에는 보감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인수대금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금이 아닌 자기자본을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보험사가 비(非)보험계 투자자와 인수 컨소시엄을 꾸려 상장사를 공동 인수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보험자본의 대규모 지분 인수에 자주 활용됐던 유니버셜보험(보장+투자)도 업무 자격 제한 등 보다 엄격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3일 열린 보감회 긴급회의에서 샹쥔보 보감회 주석은 “보험자금은 단타매매가 아닌 장기투자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히며 상장사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보험자본을 질타하고 나섰다.
아울러 인민은행,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등 기타 부처와 협력해 보다 광범위하게 보험자본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천원후이 보감회 부주석은 보험자금의 A주 투자 비율을 30%로 낮춰야 한다고 설파했다. 2015년 7월 중국증시 대폭락 당시 보감회는 ‘구원투수’로 나서며 보험자금 A주 투자 비율을 40%로 상향한 바 있다.
앞서 천 부주석은 보험자본 주식투자 규제의 이유에 대해 “보험자금의 오용을 막고, 보험업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감회에 따르면 보험자본이 운용하는 자금은 지난 10월 말 기준 총 12조9000억위안에 달한다.
보감회의 통지가 정식 발표되면 적대적 M&A의 대표 사례인 첸하이생명(前海人壽) 등 바오넝계 자본의 중국 최대 건설사 완커(萬科) 경영권 쟁탈전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보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함은 물론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금으로만 상장사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기 때문.
이 같은 보감회의 규제는 사실상 예견된 거나 다름 없었다.
앞서 3일 류스위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은 "적법하지 않은 경로로 융통한 자금으로 상장사 지분을 대규모 매수하는 행위는 야만적이고 강도나 다름없다"며 최근 A주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대규모 주식 매수 현상을 강하게 비난했다.
선강퉁(선전-홍콩 주식 교차매매)이 개통된 5일에는 안방보험, 첸하이생명 등 주요 보험자본이 투자한 28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이날 하루 동안 137억위안(약 2조3300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다.
지난 9일에는 보감회가 자산 포트폴리오 불명확, 자금운용 기준 미달 등의 이유로 헝다생명의 주식투자를 중단시킨 바 있다.
한편 첸하이생명 등 바오넝계 자본은 최근 1여년간 완커(000002.SZ/02202.HK)를 비롯해 난보그룹(南玻集團, 000012.SZ), 화차오청A(華僑城A, 000069.SZ), 중쥐가오신(中炬高新, 600872.SH), 사오넝구펀(韶能股份, 000601.SZ), 난닝바이훠(南寧百貨, 600712.SH) 등 여러 상장사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려오며 중국 자본시장의 최대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중국 보험자본의 중국증시 투자가 제한된다. <사진=바이두> |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