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산유량 확대 가능성 및 강달러 따른 유가 압박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구기구(OPEC) 및 비회원 산유국의 감산 합의가 이뤄진 데 따라 월가 투자은행(IB)이 유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석유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유가가 상승 흐름을 지속하거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대로 내년 상반기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진다면 지난 2년간 마비됐던 투자를 재개하기에 최적의 여건이 형성됐기 때문.
미국 텍사스주 유전 <사진=블룸버그> |
하지만 주주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감산 이행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 및 강달러에 따른 유가 상승 제한 가능성 등 적지 않은 변수로 인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6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는 내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55달러에서 57.50달러로 완만하게 높여 잡았다. 브렌트유 전망치 역시 배럴당 56.50달러에서 59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골드만 삭스는 OPEC이 발표한 감산 합의가 내년 84% 가량 실제 이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8년만의 감산이 추진되면서 내년 상반기 중 원유 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리비아가 산유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데다 달러화 강세로 인한 유가 하락 압박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골드만 삭스의 주장이다.
브렌트유는 연초 이후 40%에 달하는 상승을 기록했다. WTI 역시 강한 랠리를 펼쳤고,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지지를 확보한 모습이다.
상황이 개선되자 투자자들의 시선은 석유 업체들의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 산유국들의 이번 감산 합의와 유가 상승이 메이저 석유 업체들에게 리스크 감내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프랑스의 석유 업체 토탈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최적기라고 주장하며, 본격적인 투자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석유 업계 투자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유 수급과 유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유가가 월가의 전망치 상단인 배럴당 50~60달러에서 안정을 이룬다 하더라도 여전히 폭락 이전 고점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프랑스 오도 증권의 벤 살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가 상승과 무관하게 메이저 석유 업체들은 보수적인 경영을 유지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프로젝트 확대의 적정 시기는 2020년 이후”라고 강조했다.
주요 업체들은 2017년 투자 여부 및 규모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일부 월가 투자자들은 이번 OPEC의 결정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석유 업체들의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카르트 자산운용의 줄롬 샤로인 펀드매니저는 “유가 100달러 시대보다 40달러 시대의 유전 탐사가 훨씬 더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