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서 10% 오를 때 소비자가 27% 상승
[뉴스핌=한태희 기자] 계란값이 연일 치솟는 가운데 유통사의 과도한 유통 마진이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산지 변동폭은 크지 않은데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설명이다. 계란 공급 부족이 가격 인상을 앞에서 당기면 유통사가 뒤에서 미는 모양새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센터와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최근 1달 산지 계란 가격이 10.3% 오르는 동안 소비자 가격은 26.8% 상승했다. 산지에서 계란 한알 가격이 18원 상승했을 때 소비자 가격은 48.5원 올랐다는 얘기다.
계란 도매가는 대한양계협회에서 고시한다. 회원사 조사와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한다. 가장 최근 고시한 때는 지난 8일. 대한양계협회는 특란 1알 가격은 192원이라고 공개했다. 약 한달 전인 지난달 23일(174원)보다 18원 올랐다. 1판(30알) 가격으로 환산하면 540원(5220원→5760원) 상승했다.
이 기간 소비자 계란 가격은 산지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계란 1판 소비자 평균 가격은 6866원. 한달 전(5412원)보다 1454원 올랐다.
소비자 가격 변동 폭이 큰 이유는 계란 유통사가 중간에서 개입하는 데 있다. 계란 도매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대부분 맡는다. 국내 계란 출하량의 약 70%를 책임진다. 이들은 대형마트나 급식업체,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회사에 계란을 공급한다. 실제 가격 결정권은 계란 유통사가 쥐고 있는 셈.
문제는 이들이 유통 과정에서 과도한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점이다. 산지에서 싸게 계란을 확보한 후 마진을 더 붙여서 되파는 것. 실제로 계란 도매상은 할인(DC)된 가격으로 산지에서 계란을 수급한다. 예컨대 양계협회 고시가가 190원대라도 현지에선 140원대에서 계란을 산다.
한 계란 유통사 관계자는 "DC라고 하는데 평균적으로 고시 가격보다 50원정도 깎아서 계약한다"며 "장기간 대량 물량을 계약하기 때문에 양계장과 유통사도 DC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는 이들도 고민은 있다. 대형 유통사에 치인다는 점이다. 조그만 식당이 아닌 대형마트와 계약을 하거나 제빵·제과 등 대형 프랜차이즈사와 장기 계약을 맺은 곳에 계란 농장을 빼앗기는 것.
서울 성북구에서 하루 700판 정도 공급하는 한 상인은 "하루 100판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대형 유통업체나 프랜차이즈가 돈과 인력을 이용해 지역 거래처까지 훑고 다닌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