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할 때"
[뉴스핌=허정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만찬간담회에서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년도 정부예산이 완화적이지 않다고 보고 재정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전일인 21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저녁 만찬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총재는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의 재정정책의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제로금리, 양적완화, 그리고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요란한 통화정책의 시대가 가고 이제 재정정책의 시대가 온다고 하는 그런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앞으로 경제에서 볼 거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아니고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이 총재는 외국 속담인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달려있다’를 인용하며 “정책당국이 역점을 둬야 할 것은 뭐니뭐니 해도 취약부문의 리스크 관리”라며 “성장의 급락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약부문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내년도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선 완화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총재는 “명목성장률인 4%와 비교했을 때 0.5%의 총지출 증가율은 낮고, 정부가 예상하는 총수입증가율에 비해서도 총지출증가율은 낮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총재는 “재정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할 때”라며 “해외 국제금융기구들이 우리나라의 큰 장점 중 하나라 재정정책의 여력을 꼽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를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한국형 양적완화’인 자본확충펀드를 꼽았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와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보려 노력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갈 것인가 많은 고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총재는 올해를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요약했다. 연초부터 전년도 12월 미국의 정책금리인상 여파, 이후 불거진 중국경제의 불안 및 G2리스크, 1월 말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유가급락으로 인한 수출경제불안 등 대외 리스크가 우리경제를 위협했다. 이어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 6월 브렉시트 및 북한 핵실험, 7월 갤럭시노트7 중단,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연말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큰 사건이 연일 끊이지 않았다. 이 총재는 “새해에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한 해를 보내지만 아쉬운 듯 하다”면서 한 해를 떠나 보내는 소회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