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좌초된 사업에 투자한 기업들 피해 우려
[뉴스핌=강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재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소위 박근혜표 정책으로 불리는 주요 사업에 줄줄이 제동이 걸리면서 여기에 발맞춰 왔던 주요 그룹들의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정책에 발맞춰 거액을 투자한 유통,식품 대기업 등은 내년 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가장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은 CJ그룹이다.
CJ그룹은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K-컬처밸리를 두고 고민이 한창이다. 이미 CJ그룹은 이 사업에 600억원 가량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외자유치 등을 통해 1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K-컬처밸리<사진=CJ> |
문제는 이 사업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사업인 문화창조융합벨트와 함께 맞물려 추진된다는 점이다. K-컬처밸리는 문화융성을 앞세운 국정과제로 문화창조융합센터·벤처단지 등 6개 핵심사업 중 하나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최순실·차은택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정책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련 예산은 904억원에서 499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내년 3월에는 사업의 핵심인 문화창조융합본부를 해체될 예정이다.
따라서 융복합 콘텐츠의 기획, 제작·사업화, 소비·구현, 인력양성·기술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문화창조융합밸트 사업은 후퇴가 불가피하게 됐다. 결국 민자사업 부문에 거액의 투자를 결정한 CJ그룹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평가다.
CJ그룹 관계자는 “다소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도 “아직 사업계획에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주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 역시 내년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대대적으로 추진한 행사를 기록했지만 사실상 백화점 정기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고 소비 진작 효과도 백화점에 집중되는 등 장기 효과로 이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참여를 독력하는 민-관 합동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향후 기업들의 참여율이 어떻게 유지될지도 관건이다. 기업들에게 사실상 강제했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내면세점 사업도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서울 시내면세점을 둘러싼 총 세 차례의 전쟁은 모두 박근혜 정부에 들어 이뤄졌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신규 시내면세점이 허가되면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것. 이에 따른 정책개선도 함께 추진돼 왔지만 이들 시내면세점 특허권이 특정 그룹을 위한 대가성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수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사업자로 선정된 롯데그룹이 사업권을 반납해야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기존 합격 업체와 탈락 업체들 사이의 논란도 불가피하다.
그밖에 CJ그룹의 문화창조융합센터를 비롯해 롯데그룹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각각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은 조용히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각종 정부 사업과 연계된 대기업-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 사업도 사업 동력이 불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지고 있다”며 “정부의 뜻에 동참해 큰 마음 먹고 나선 사업마저 ‘대가성’ 아니냐는 시선을 받는 상황이니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