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리자오서우 스타트업 2년만에 기업매각 횡재
[뉴스핌=백진규 기자] 25세에 바이두 부총재에 오른 리자오서우(李叫獸)가 중국 IT업계에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바이두 신입사원 면접에서 탈락했던 학생이 자신이 세운 스타트업을 바이두에 매각하면서 바이두그룹 마케팅전략 고위급 책임자가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샹하이룽(向海龍) 바이두 부총재는 “베이징수교신식과기(北京受教信息科技, 이하 베이징수교)를 인수합병하며, 베이징수교의 CEO인 리자오서우를 바이두 마케팅전략담당 부총재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샹 부총재는 “리 부총재가 2015년 7월 창업한 뒤 마케팅 방법론과 프로그램(도구)를 개발했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업계에서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바이두 부총재로 깜짝 발탁된 리자오서우는 대학교 3학년이던 2013년 바이두 신입사원 면접과 텐센트 입사시험 등에서 줄줄이 탈락했던 인물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업계는 바이두가 베이징수교를 인수합병하기 위해 1억위안(약 174억원) 가량을 지불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수교는 마케팅자문 및 컨설팅 전문업체로, 리자오서우가 2015년 7월 설립한 스타트업 회사였다.
◆ 천만 클릭 파워블로거, 창업 2년만에 바이두 부총재
리자오서우 바이두 부총재 <사진=바이두> |
리자오서우는 1991년 산둥(山東)성에서 태어났다. 괴팍하면서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진 그는 사교성은 부족했으나 공부만큼은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사업에 큰 관심을 가져온 그는 2010년 칭화대학교 경영학부에 입학한다.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바이두 신입사원 채용설명회를 듣고 지원했으나 면접에서 탈락하고, 뒤이어 텐센트 등 IT업계 입사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다.
취업이 잘 안 되자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특히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자신은 활달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데 자신이 없으니 거꾸로 자신의 재능을 알려 사람들이 자신을 찾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가장 쉬운 길은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이었다. 2014년부터 비즈니스 마켓을 분석하는 글을 100편 넘게 올렸는데, 특히 ‘마켓에 있는 사람도 마켓을 모른다’, ‘당신이 10년간 경험을 쌓고도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 등은 특유의 논리와 문체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천만클릭 달성하기도 했다.
리자오서우란 이름도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사용한 필명이다. 본명은 리징(李靖)이지만 지금은 모두 그를 리자오서우라고 부른다.
마케팅 분야 파워블로거로 성장한 그는 ‘2015년 WeMedia 10대 블로거’, ‘후슈(虎嗅 경제매체) 2016년 작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리자오서우가 온라인에서 설파한 방법론은 주로 선택과 집중에 관한 내용으로 ‘과학적 마케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 받는다. 마케팅 회사가 연봉 300만위안(약 5억2700만원)에 리자오서우를 영입하고자 한 적도 있었으나 그는 제안을 거절하고 창업에 도전한다. 이미 블로그 및 기업 강연 활동을 통해 충분히 인기를 끌었으니 자신의 꿈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2015년 7월 리자오서우가 설립한 회사는 베이징수교였다. 마케팅 및 컨설팅 전문 기업으로, 기업관리자문 계획수립 시장조사 등 업무를 맡았다. 강연하면서 찾아다닌 회사들이 주 고객이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바이두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았던 왕멍추(王夢秋)이다. 왕멍추는 2013년 바이두를 떠나 투자회사 칭류자본(清流資本)의 CEO로 활동하다가 리자오서우를 만나 베이징수교에 적극 투자하며 지원에 나선다. 바이두와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그 다음으로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바이두 검색업무파트장인 샹하이룽(向海龍) 부총재였다. 바이두눠미(百度糯米)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賣)를 함께 운영하던 샹 부총재는 우연히 리자오서우의 강연을 듣고 그의 통찰력에 감명받게 된다.
리자오서우 바이두 부총재 <사진=바이두> |
리자오서우는 샹 부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창의적인 마케팅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샹하이룽은 바이두가 가진 인공지능기술과 빅데이터를 리자오서우의 마케팅 방법론과 결합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로 결심, 리자오서우를 적극 추천해 부총재에 오르게 했다. 바이두 입사에 실패했던 청년이 3년만인 2016년 12월 바이두 부총재가 된 것이다.
업계는 이번 리자오서우의 부총재 임명이 여러 각도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젊은피를 강조하던 바이두가 인적 혁신을 꾀하고, ‘과학적 마케팅’을 응용해 영업력 향상 의지를 내보였다는 분석이다.
리자오서우가 설립한 베이징수교는 바이두에 피인수되면서 사라졌으나 그를 비롯한 기존 직원들의 업무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필명 리자오서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바이두의 마케팅전략 담당자로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연구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