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안종범이 전경련과 협의해 '문화재단' 설립 지시"
검찰 "문체부와 재단법인 인가 일정 등 미리 조율"
검찰 "전경련 보고서는 기업 자발적 출연 아니라는 증거"
[뉴스핌=이보람 기자] 청와대가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시점에 맞춰 재단법인 '미르'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제2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재판의 증거조사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련 보고서 등을 공개하면서 전경련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재단법인 '미르' 설립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정황은 검찰이 공개한 이수영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조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 전 행정관은 검찰 진술조서를 통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상묵 비서관과 나를 불러 '문화재단을 이번주 내로 설립해야 하니 전경련과 협의해 챙겨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기점으로 수차례 회의가 이어졌다. 이 전 행정관은 "최상묵 전 비서관이 주도한 회의를 통해 '전경련에서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설립과 관련된 절차 등이 논의됐다"며 "규모는 300억원 정도(로 얘기가 됐고),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과 맞물려야 하니 가장 빨리 가능한 시기에 해야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
이에 전경련은 지난 2015년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문화교류재단 추진계획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건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보고서들을 확보했다.
'미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같은달 24일.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청와대로부터 재단 설립 관련 연락을 받고 기업에 기금을 출연하라고 전화를 돌리던 날이다. 이와 함께 기금 규모도 기존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또 다음날인 25일에는 미르재단 설립 추진현황보고서가 작성됐다. 이 보고서엔 문화체육관광부의 인가 설립 일정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문체부와 사전에 법인 설립 인가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전 행정관 역시 진술조서에서 "2차 회의에서 문체부에 서류를 제출하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하루면 가능하다'고 해 설립일을 27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직접 나서 미르재단에 임차 보증금 등을 명목으로 1억9500만원을 빌려줬다. 이 전 행정관에 따르면 3차 회의에서 안종범 전 수석은 청와대 소속 행정관들에게 법인 사무실을 "직접 가보라"고 지시하는 등 서둘러 알아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따라 전경련이 급히 자금을 빌려줬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또 전경련이 추가로 작성한 후속조치 보고서에는 기금 출연과 관련해 각 대기업들이 낸 의견도 포함됐다. 삼성과 현대차, 롯데, LG 등 기금 출연을 요청받은 대기업들이 대부분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는 기존 전경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