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초안 작성, 육영수 저격사건 등을 맡으며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
[뉴스핌=정상호 기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이자 특검 수사의 열쇠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행적을 다뤘다.
14일 오후 방송한 ‘그것이 알고싶다’는 박정희 정권 유신헌법 재정과 육영수 여사 문세광 총격사건 등을 처리하며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왕실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일대를 추적했다.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는 김기춘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 불리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실력을 행사했다는 각계 의혹을 전했다.
우선 ‘그것이 알고싶다’는 3년 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에 나선 고 김유민 학생의 부친 김영오 씨 이야기를 공개했다. 그는 일베와 어버이연합 등에 의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비난이 폭주한 뒤 음해세력이 있는지 의심했고,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그 증거를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르면, 김영오 씨는 김영한 비망록의 글에 장(長)이라는 글자가 적힌 점에 주목했다. 장은 다름 아닌 김기춘 전 실장으로, 그가 세월호 유가족 관련 여론 조작을 지시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영한 비망록 속 장(長)으로 추정되는 김기춘 전 실장은 박정희 부녀와 이들을 섬긴 자신을 풍자한 그림에도 손을 뻗었다. 홍성담 화백은 “갑자기 제가 검찰에 고발되고, 광주비엔날레에서 예정된 전시는 광주시장까지 나서는 바람에 취소했다”고 증언했다. 홍성담 화백은 “김기춘 실장의 업무일지에 일개 화가인 제 이름이 14회나 거론됐다. 이게 말이 되나. 정말 소름 끼친다”고 털어놨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김기춘 전 실장의 업무일지에 적힌 내용들이 과연 어느 정도 잘못된 것인지 같은 자리에 있던 인사의 말을 들어봤다. 이병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기춘 씨 업무일지만 봐도 대통령은 탄핵감”이라고 놀라워했다.
이어 제작진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11.22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 조작사건 담당한 김기춘의 대단한 위세를 돌아봤다. 더불어 1991년 벌어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김기춘 씨의 입김도 재조명했다. 이 모든 것을 설계한 김기춘은 유신헌법 초안을 마련한 공을 인정받아 동기보다 4단계 빨리 승진했고, 37세에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에 앉은 인물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김기춘 전 실장의 대응과 심리를 분석했다. 제작진과 만난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김기춘 전 실장과 만났는데, 처음엔 반색하다 ‘피해자’ 이야기가 나오자 태도가 돌변했다. 굉장히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며 “메모에 자기 이름이 적혔는데도 그 김기춘이 자신이 아니라더라. 외교부 아주국장에 지시를 내릴 만한 사람이 그 김기춘 아니면 누구겠냐”고 탄식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김기춘 씨 청문회 답변을 보면 고개를 자주 끄덕인다"며 "이는 자기합리화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나쁜 게 아니다'고 생각하는 버릇"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을 하다 갑자기 어깨를 움직이는 것은 거짓말을 한다는 결정적 증거다. 초조하다는 거다. 몸을 튼다거나 입술에 침을 바르는 것도 그렇다. 어깨 움직임은 자율신경계 반응이다. 이걸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uma8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