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제3자 뇌물죄 입증에 '2%' 부족?
특검, 영장기각 때 타격 우려 '신중에 신중'
[뉴스핌=황유미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부회장 소환 당시 영장 청구에 자신만만했던 태도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뇌물죄 피의자로 출석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지난 12일 오전 이재용 부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로 삼성전자가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등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소환 한번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끝낼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조사가 끝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오늘 결정되기 힘들 것 같고 늦어도 내일이나 모레(14일이나 15일 )에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다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어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다음날 16일로 미뤘다.
특검의 이 같은 신중한 행보에 대해 이 부회장의 혐의가 밝혀진 사실만으로는 영장을 발부받기에 애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검은 현재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출연,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 출연, 최씨 모녀 지원 등을 뇌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 측은 "뇌물이 아니라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낸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특검의 입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뇌물공여 혹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밝혀야만 한다. 뇌물죄 적용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와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씨가 받은 돈이 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돈임을 증명해 내야만 한다. 즉,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공동체임이 밝혀져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측과 삼성 모두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특검도 확실한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3자 뇌물죄의 경우에는 '대가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대가와 관련된 사실 관계 순서가 엉켜있어 대가성을 밝히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은 최씨 측 지원으로 삼성이 얻은 혜택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보고 있는데 합병은 2015년 5월,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는 그 이후인 2015년 7월에 이뤄졌다. 과정과 결과의 순서가 뒤집혀있다.
또한 삼성을 뇌물공여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다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까지 모두 뇌물공여로 처벌받아야 한다. 특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부회장의 애매한 혐의와 재계의 부담은 법원의 영장 기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영장이 기각되면 향후 특검 수사의 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삼성 뇌물공여' 투트랙 수사로 접근해 가고 있는데 두 다리 중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특검은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등에 대한 신병처리도 이날 결정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