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헌정사상 첫 청와대 압수수색 초읽기
朴-崔 뇌물수수‧블랙리스트 지시 등 수사
2월 중순 국정농단 수사 성패 드러날 전망
[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최정점으로 지목되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운명의 2월’을 맞게 된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특검이 2월 초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와 동시에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지난해 불거져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는 점에서 압수수색 및 대면조사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박 대통령의 조사 거부다.
31일 특검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2월 첫째주 청와대 압수수색에 이어 둘째주에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추진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특검은 청와대와 구체적인 시기 및 장소를 조율하고 있지만, 청와대로부터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정사상 수사기관이 청와대 내부에 들어가는 압수수색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특검의 수사는 사실상 청와대에 달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청와대가 법적인 ‘보안 구역’이라는 이유로 수색을 거부한 탓이다. 이로 인해 검찰은 청와대 건네준 자료를 받아오기만 했다. 이후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특검이 박 대통령을 겨냥하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최순실 씨와 함께 뇌물수수 혐의, 또 하나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여부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및 의료 시술 의혹 등은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이 가운데 뇌물수수 혐의 수사는 난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데다, 최 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보강수사에 이어 설 연휴기간 동안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를 이틀 연속 조사했다.
또 특검은 지난 30일 뇌물수수 혐의로 최 씨를 소환했으나 최 씨가 이를 불응했다. 최 씨는 삼성에서 430억원의 뇌물과 딸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비 등 220억원을 지원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덴마크에서 구금 중인 정 씨의 구금 기간이 2월 22일까지 연장된 점도 특검으로선 불리해지게 됐다.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과 최 씨의 혐의 부인에 따라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 씨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검은 연결고리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통해 찾겠다는 복안이다.
특검이 이들의 뇌물죄 및 뇌물수수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건 정황 및 진술에 의존한 증거 입증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왼쪽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 박영수 특별검사<사진=뉴시스 뉴스핌DB> |
반면, 블랙리스트 수사는 상당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구속에 이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30일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에 박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청와대 최고 권력층인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구속된 만큼, 박 대통령이 특검 ‘칼날’ 위에 서게 됐다는 시각이 줄을 잇고 있다.
‘리틀 김기춘’으로 불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 전 수석은 특검법에 의한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이다. 특검은 설 연휴기간 수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이 문체부 인사에 개입한 진술을 확보했다. 때문에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들이댈만한 칼날은 현재로선 블랙리스트 뿐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해 삼성 뇌물수수,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등에 대해 수사해 온 특검이 사실상 마지막 조사인 압수수색과 대면조사를 남긴 상태”라며 “2월 중순이면 국정농단 수사의 성패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특검은 국정농단 사태와 별도로 최 씨가 지난해 정부의 760억원 규모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 과정에서 사익을 챙긴 정황을 새롭게 포착,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31일 체포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