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미르재단 설립 당시 청와대 측의 실무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간 연락역을 맡았던 이수영 전 행정관이 "미르재단 설립과정은 통상의 민간 재단 설립과는 달라 이상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행정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최순실·안종범 11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미르재단의 설립과정에서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전 행정관은 최상목 전 비서관(현 기획재정부 차관)과 함께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지시를 직접받는 경제금융비서관 소속이었다.
이수영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을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 전 행정관은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1차 청와대 회의가 있었던 지난 2015년 10월 21일보다 하루이틀 앞서 문화재단 창립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19일경 안 전 수석이 최 전 비서관과 나를 불러 '기업들이 출연하고 전경련이 실무를 맡는 재단이 설립되니 빨리 설립될 수 있도록 챙겨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은 이후 4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열린 회의에 최 전 비서관과 함께 참석했다. 당시 회의에는 전경련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행정관은 직접 미르재단 사무실 후보지를 둘러보고, 안 전 수석으로부터 나온 재단 이사진 명단과 정관 등을 전경련 측에 전했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민간재단 사무실까지 직접 답사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안 전 수석도 '이런 것까지 해야 하냐'는 식으로 멋쩍게 웃어, 어디선가 지시를 받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이사진 명단과 재단 명칭까지 청와대에서 나온 것을 보면서 "당시 VIP(박근혜 대통령)가 문화융성 등을 강조하고 있어 청와대의 의사를 반영해 기업들이 출자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르재단은 통상의 재단설립과 달리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안 전 수석이 매일매일 새로운 지시를 하는 것 봐선, 그 역시 한꺼번에 콘트롤하는 것이 아닌 그때 그때 압박을 받고 있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몇몇 증언에 대해선 전경련 측 증언과 결이 달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특검사무실에 출석하는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
이 전 행정관보다 앞서 신문을 받은 전경련 팀장은 "21일 1차 회의 당시 최 전 비서관으로부터 재단에 출연할 9개 기업의 명단을 받았다"며 "그날 회의엔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도 참석해 재단 사무실 후보로 역삼동 한국콘텐츠진흥원 내 공실을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행정관은 "당시 내가 처음부터 회의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는 정황을 파악하면서 김 비서관이 참석했는지 여부는 모른다"라며 "기업 명단 역시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한편,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과 관련해선, 안 전 수석이 컴투게더를 금융위원회 광고에서 배제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금융위가 금융개혁관련 광고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안 전 수석이 '컴투게더 같은 곳엔 맡기지 말라'고 해서 담당 팀장에게 전했다"라며 "이미 계약이 체결된 상태여서 일은 진행됐지만, 이후 안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광고 시사회에서 혹평했다"고 전했다.
안 전 수석은 광고감독 차은택과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의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컴투게더를 압박해 지분을 빼앗으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