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일정 20일까지 무소식, 규모 1만명 미만 축소 우려
[뉴스핌= 성상우 기자] "가장 가고 싶은 기업은 당연히 삼성이죠...답답합니다."
20일 서울 서초동의 한 취업 아카데미에서 만난 박모씨(남)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가 마지막 학기였던 박씨는 삼성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룬 이른바 '삼성 취업 재수생'이다.
박씨는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준비에 들어가 지난 2월초부터 이 아카데미에서 대기업 인적성 전형 대비 기초반 수업을 듣고 있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구속 수감되면서 삼성그룹의 채용 일정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취업 아카데미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성상우 기자> |
또다른 취업재수생 정모씨(여) 역시 불안감을 토로했다. 정씨는 "다른 대기업들은 서류전형에서 거의 탈락하기 때문에 인적성 전형을 볼 기회조차 없는데 삼성그룹은 입사지원을 하면 인적성 전형까지 응시할 수 있어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예상조차 할 수 없어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3월 초중순에 시작하던 삼성그룹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은 20일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매년 2월중 상반기 공채 일정을 공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년 시행되던 사장단 인사를 포함, 임직원 인사 역시 현재 무기한 연기 상태로 사실상 삼성그룹의 인사 관련 의사결정은 올스톱됐다. 삼성 관계자는 "채용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을 발표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삼성그룹은 올해 GSAT 시험을 위해 복수의 날짜로 여러 고사장 사용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지금은 채용 여부와 일정에 대해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취준생들은 삼성이 매년 새로 생겨나는 통상적인 인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채용 자체를 중단하진 않더라도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채 시장의 큰손인 삼성그룹은 지난 2015년과 지난해 각각 1만4000명 규모의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했다. 올해는 이 부회장 구속의 여파로 채용이 진행된다해도 그 규모가 1만명 밑으로 떨어 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층 로비 테이블에서 토익 문제를 풀던 취업준비생 신모씨(남·20대)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채용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에 "최순실 때문에 취준생들도 피해를 보는 것이냐"며 "매년 제일 큰 규모로 공채를 진행하는 삼성도 채용 규모가 줄어들면 심리적으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공채규모 축소 우려는 대다수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시즌 시작부터 좌절감과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
다만, 학원가는 차분했다. 수업은 지난해와 비슷한 일정으로 진행중이며 학생들 사이에서 감지되는 동요는 없다고 했다. 대기업 인적성 전형 대비 2월 강좌는 기초반 수업에 60여명이 등록한 상태다.
취업 아카데미 측은 삼성 채용과 관련 현재까지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아카데미의 취업사업 담당자는 "삼성에서 채용 관련 특별한 계획 및 입장을 밝힌게 아니라 이쪽에서도 별도 입장 없고 커리큘럼 등 수업 진행은 예년과 동일하게 진행 중"이라며 "삼성 특검 이슈로 인한 학원측 특별한 동요 내지 변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이 이번에도 채용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이 첫번째 취업시즌이라는 이모씨(남·20대)는 "삼성 취업은 어차피 어렵다"며 "다른 대기업도 있기 때문에 하던대로 계속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오너가 구속됐다고 채용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회사인가"라며 "채용이 기존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삼성그룹 공채는 대졸 신입사원에 해당한다. 주요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인력 채용까지 합치면 삼성그룹의 연간 고용 규모는 6만명이 넘는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